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안개 속 메가뱅크… 살아나올까 사그라질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안개 속 메가뱅크… 살아나올까 사그라질까

입력
2010.05.13 12:50
0 0

정부의 '메가뱅크(초대형 은행)'구상이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메가뱅크는 올 금융권 인수합병(M&A) 대전을 결정지을 키워드. 하지만 그 시발점이자 나머지 모든 변수를 가늠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신중론도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잇따르는 신중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메가뱅크는 은행권 선진화의 화두였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업무영역을 다변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경제규모에 걸맞게 세계 50위안에 드는 은행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초대형 은행 당위론이 대세를 이뤘다. 정부 내 이견으로 수면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올 들어 메가뱅크 구상은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올 초 금융위원회 용역으로 금융연구원 등 3개 기관이 공동 작성한 '금융선진화 비전'에서도 국내 은행산업 발전의 전제조건으로 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제시됐을 정도.

하지만 최근 들어 곳곳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규모보다는 경쟁력이 먼저"라고 말했고, 우리금융 인수후보로 꼽히는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도 지난 5일 "인수ㆍ합병(M&A)으로 국내 점유율을 높여도 해외 시장에서는 그것 만으로는 안 된다"고 인위적 대형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이어 "점유율 50%면 국영은행과 다를 게 없다" "볼커룰 등 국제 규제 향방이 더 관심이다" 등의 발언을 더하며 잠재 경쟁 상대인 'KB금융+우리금융' 시나리오의 조기 현실화를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10일 내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메가뱅크 적극 추진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추진하더라도 규모보다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금융발전심의회 은행분과에서도 최근 "사이즈보다는 경쟁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메가뱅크 실체는

하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메가뱅크 현실화를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권 핵심부의 의지가 달라졌다는 뚜렷한 신호가 아직 없기 때문. 각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메가뱅크에 따른 득실 점치기에 바쁘다.

메가뱅크의 초점은 민영화될 우리금융의 짝짓기 파트너가 누가 되느냐에 맞춰져 있다. 어차피 4대 금융지주 차원에서 밑그림이 그려져야 할 텐데 신한금융쪽 움직임이 없는 만큼, 결국 메가뱅크 구도는 ▦KB금융+우리금융과 ▦하나금융+우리금융의 두 가지로 압축된다.

메가뱅크를 지지하는 쪽에선 '하나+우리'보다 규모가 확실히 더 커지는 'KB+우리'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망'의 세계 50위권 이내 은행 탄생이 가능해지는데다, 국내 시장에서도 점유율 40%를 넘는 확실한 지배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메가뱅크를 주도하는 정부 일각에서 이왕 할거면 확실하게 큰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KB의 자금동원력이나 우리금융 내부에서 하나보다는 KB와의 결합을 선호한다는 점도 매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KB+우리'시나리오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도 많다. 덩치는 커질지 몰라도 업무 영역간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어 경쟁력 측면에선 플러스 요인이 별로 없다는 게 시장 쪽 반응이다.

KB회장 선임 변수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와 관련해 "KB지주 회장이 누가 되느냐를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발표돼도 규모나 자금 면에서 가장 강력한 매수후보인 KB지주의 수장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즉 KB 입장이 확실히 잡히기 전에는 구체적 진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6월 발표안에는 민영화 일정 정도만 담길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결국 7월초 임시 주주총회에서 KB지주 신임 회장이 확정된 후에야 본격적인 메가뱅크 시나리오의 가닥이 잡힐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다시 관심은 정부의 의중으로 쏠린다. 우여곡절 끝에 재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KB지주 회장이 현실적으로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메가뱅크 시나리오는 정부 의사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정부 차원에서도 메가뱅크의 구체적 그림은 확정하지 못한 것 같다"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풀려야 나머지 은행권 M&A들도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 인터奮畸뮌瞿?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