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29회 스승의 날을 맞는 심정은 어느 해보다도 착잡하다. 배움의 고마움과 가르침의 자부심을 함께 되새겨야 할 날이 올해는 유독 누구도 선뜻 기뻐하고 축하하기가 면구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부터 간단없이 터져 나온 교육비리와,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는 공교육의 붕괴로 인해 교육에 대한 총체적 불신, 교권의 추락, 교단의 사기 저하가 우리 교육현장 전반을 어둡게 뒤덮고 있는 까닭이다.
1982년 스승의 날이 정부기념일로 법제화한 이래 처음으로 최대 교사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기념식을 열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교총은 기념식을 취소하면서 이번 스승의 날만큼은 우리 교육계가 스스로 돌아보는 자성의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 교원 자신들의 전문성 향상, 제자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 부정비리와의 단호한 결별 등을 제시했다. 선생님들의 솔직한 인식과 아픈 결단을 충분히 이해하고 격려한다.
오늘날에는 누구든 지위와 자리만으로 존경 받고 대우 받기를 기대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 도리어 책무가 중할수록 더 가혹한 추궁과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사회적 존경과 대우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그만한 자격조건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칼날이 더 맵게 보이는 것을 교육자들의 힘이 약하기 때문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교육의 힘과 중요성이 워낙 막중하고, 교육자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렇다고 교육부조리와 붕괴의 책임을 교단에만 돌릴 수 없음은 물론이다. 교총이 지적한 대로 가정의 기초교육 빈곤, 학부모들의 내 자녀 위주 사고방식, 교육정책의 난맥 등도 함께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제대로 된 스승의 날을 회복하기 위해 교육 종사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책임지고 노력해야 할 이유다. 스승의 날을 맞아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실하고 깨끗하게 교육자의 길을 가고 있는 훨씬 더 많은 선생님들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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