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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모기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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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모기밥

입력
2010.05.1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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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3,500여 종의 모기가 살고 있다. 학자들은 모기의 역사가 중생대인 2억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도 6,500만 년 전에 나타났으니 모기가 고래를 두려워하겠는가. 250만 년 전에 출현한 인류에 대해서는 얼마나 우습게 생각할 것인가.

모기에게 피를 빨리는 동물은 모두 '모기밥'이다. 모기가 볼 때 자기들 밥 중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제일 만만하다. 얼룩날개 모기류는 말라리아 원충을 사람에게 옮긴다. 2년 전 여름 나는 동티모르 커피농사를 도우러 갔다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렸다. 내가 겪은 오한, 발열, 발한 증세는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말라리아 후유증을 지금까지 겪고 있을 정도다. 그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30초마다 1명의 어린이가, 연간 100만 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내가 사는 울산에 일본뇌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일본뇌염의 주범인 '작은빨간집모기'가 채집됐다고 한다.

그 소식에 내 몸이 오싹해진다. 해마다 강력한 모기살충제가 나오는데 왜 모기는 사라지지 않는가. 1초에 500번에 가까운 날갯짓으로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기. 자기 몸무게 3배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 21세기 인류도 모기에게는 여전히 '일용할 양식'일 뿐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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