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land! Holland!(네덜란드! 네덜란드!)”
12일 오전6시10분(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공항에 착륙하려던 중 원인 모를 이유로 폭발해 산산조각 난 리비아 아프리키아 항공 8U 771편 여객기 사고 현장. 애타게 생존자를 찾던 구조대에게 발견된 소년은 의식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국적을 알렸다. 함께 탔던 103명(승객 92명, 승무원 11명)이 모두 사망한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여서 AP통신 등 외신들은 "기적"이라고 보도했다.
소년의 이름은 루벤 판 아쉬(Ruben van Assouw)이며, 나이는 9세라고 CNN방송 및 네덜란드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두 다리 여러 곳에 골절상을 입어 트리폴리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장기가 손상되지 않아 생명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리비아 TV에 잡힌 소년은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멍든 눈을 감은 채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부모, 형 엔조(11)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다 사고를 당해 가족을 모두 잃었다. 부모인 패트릭(40), 트루디(41) 부부의 결혼 9주년 기념 여행이었다. 루벤의 이모가 소년을 안정시키기 위해 트리폴리에 도착해 소년의 곁을 지켰다. 소년의 할머니는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다, 영화처럼 현실이 아닌 것 같다"고 비통해했다.
네덜란드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망자 중 61명이 네덜란드인으로, 남아공 패키지 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트리폴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벨기에 브뤼셀과 독일 뒤셀도르프로 갈 예정이었다.
CNN 보도는 조금 다른데 희생된 승객 중 네덜란드인은 58명, 남아공 6명, 리비아와 프랑스 영국 각 2명, 독일 프랑스 짐바브웨가 각 1명씩이라고 밝혔다. 승무원 11명은 모두 리비아인이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승객도 있다.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는 "충격적이며, 매우 슬픈 소식"이라고 비통해했다. 베아트릭스 여왕은 사고 소식을 듣고 몸서리를 쳤다고 공보실이 전했다. 네덜란드는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고, 생존 소년 및 희생자 시신 송환에 착수했다.
한편 AP통신은 소년의 생존 같은 기적은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예멘 비행기 추락사고 때 12세 소녀가 그랬고 최근 10년 동안 '유일 생존자'가 있었던 비행기 사고는 5건이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 생존자가 많은 것에 대해, 미 버지니아 비행안전재단 대표 윌리엄 보스는 "몸집이 작아 충격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