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카드를 언급한 이후 정부는 중국과의 FTA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농업계의 거센 반발이 확실한 한중 FTA를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다양한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더구나 일본보다 중국과의 FTA를 먼저 검토하라고 언급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위 교역대상국이다. 미국과 일본 두 나라에 대한 수출액보다 더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중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높아 우리 입장에서 보면 FTA 우선대상국이 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 식탁을 많이 차지하는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하고 있는 높은 관세와 검역(SPS) 장벽을 FTA 체결로 허물 수 밖에 없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유리한 기회 적극 활용할 때
2004년부터 6년간의 한중 FTA 논의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었던 것은 이렇듯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린 때문이다. 한 가지 희망이라면, 농업 개방의 폭이 넓은 미국ㆍEU 등과의 FTA가 조기에 이행되어 대중국 농업개방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이 작아지는 것이었다.
그 동안 중국 정부가 보여준 한중 FTA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지난 3~4년 사이 개최된 정상회의 때마다 중국측은 한중 FTA를 제안했다. 중국은 동아시아 리더십을 강화하고 한미 FTA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리와의 FTA 추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중국은 ‘농업분야 특별고려’를 언급하기도 했다.
FTA 협상을 유리하기 이끌기 위해서는 중국이 저자세로 협상개시를 요청했을 때 일정 수준 가이드라인을 담보 받은 상태에서 합의했어야 했지만, 국내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명분이 약하다. 이번 기회에 한중 FTA를 체결하고 중국과 정치경제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중 FTA가 한일 FTA와 같은 실패한 협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착실한 준비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협상의 목적을 분명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덮어 두었던 이슈가 지난 한달 사이 급작스럽게 협상모드로 전환된 것은 정치적 결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언론에서 거론하는 ‘한미 FTA 우회압박용’에서 벗어나 정교한 논리를 제시하지 않으면, 중국과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국내적으로도 협상전략 수립이 어려워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논리 넘어선 협상전략을
두 번째로, 내용면에서 FTA 추진 절차를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 중요성에 비해 한중 FTA에 대한 국내의 논의와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일부 국책기관이 중국측과 논의해 왔으나, 사실상 거시경제효과 분석을 위주로 해 왔다. 산업별 파급 영향에 대한 연구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고, 그것도 대부분 몇 년 전에 연구한 것이다. 최근 국내 언론에 인용되는 전망치도 현재의 국내외 경제 여건을 반영한 연구 결과는 찾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동아시아 및 동북아 구도를 수립하고 협상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한중 FTA는 동아시아 질서는 물론이고 한미 관계와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한미 FTA와 더불어 한중 FTA는 단순히 경제논리를 넘어 군사안보 및 정치적 파급 영향이 크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통상 협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협상개시 결정 및 협상 과정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조언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FTA활용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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