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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7만명 '보따리 인생' 햇볕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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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7만명 '보따리 인생' 햇볕 들까

입력
2010.05.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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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사립대에서 8년째 인문계열 시간강사를 하는 A(40)씨. 그가 지난달 받은 월급은 약 82만원이다. 여기에 차비와 식비를 빼면 실제는 60만원 남짓. 하지만 대학들이 인문계열 학과를 없앤다는 얘기도 들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개인 연구실도 없이 강사대기실에 대기하는 스트레스쯤은 견딜 만하다. 그러나 다른 학교의 교수인 동료를 보면 주눅이 들기 십상이다. 이미 동료는 자신의 월급보다 10배 가까이 받고 있다. A씨는 "나 같은 사람은 말만 박사고 교수"라며 "부인과 아들 생계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했다.

정부가 30년 묵은 시간강사 문제해결을 위해 4대보험 적용과 강의료 인상 등 처우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강사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어서 갈등 소지는 여전할 전망이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대학시간강사대책소위원회의 고형일(전남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장은 12일 "박사학위 소지자로 주당 12시간 이상 강의를 하고 있는 5년 이상 경력의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교수가 될 만한 능력을 갖추고도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강사에게 우선 혜택을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시간강사 문제에 뛰어든 것은 계층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기기 때문이다. '보따리장사'로 전락한 시간강사들은 교원지위를 갖지 못하다 보니 저임금과 해고 등 대학의 부당한 대우에 대응할 수단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대학 시간강사는 7만2,000여명으로 추산되며, 시간당 강의료는 3만5,000~6만4,300원에 불과하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인문사회계열 강사는 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 이처럼 턱없는 저임금과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면서도 시간강사는 전국 4년제 대학 전체 강의의 55%를 맡고 있다. 대학시간강사대책소위원회가 검토중인 기준에 부합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간강사는 5,000명 정도로, 검토안이 확정되더라도 사실상 문제해결의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 강사들과 관련 단체는 교원지위 회복 없는 처우개선은 핵심문제인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각 학교에서 학생을 직접 지도ㆍ교육하는 자'로 돼 있는 교육법의 교원규정으로 보면 시간강사도 교원지위를 가져야 하지만 시간강사의 지위는 비정규 근로자 내지는 전문인일 따름이다.

이 때문에 박사학위 없이 4학기를 연속 강의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 규정을 피하기 위해 100여 대학들이 지난해 시간강사 1,200여명을 자르기도 했다. 교원으로 신분보장이 되면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단체행동도 할 수 있다.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의 김동애 본부장은 "1977년 당시 정권이 젊은 대학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한 게 지금의 시간강사를 낳았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한국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고형일 위원장은 "처우개선 비용산출과 비용분담 주체 등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른다"며 "교원지위 회복도 논의대상에 포함할 수 있으나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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