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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북극곰 만나러 간다/ 첫 국산 쇄빙선 아라온호, 남극 이어 7월 북극해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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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북극곰 만나러 간다/ 첫 국산 쇄빙선 아라온호, 남극 이어 7월 북극해 탐험

입력
2010.05.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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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북극이다. 지난해 남극으로 처녀운항을 다녀온 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호가 7월1일 모항인 인천항을 출발해 북극으로 떠난다. 같은 달 18일 알래스카 북부 도시 놈을 경유해 다음날 북극해에 도착할 예정이다.

남극 운항의 실질적인 목적이 아라온호의 성능 테스트였다면 이번 북극 행은 본격 연구조사를 위한 첫 항해다. 남극에 비해 북극에는 과학자들의 손길이 훨씬 덜 미쳤다. 그만큼 한국이 연구영역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척치해 해빙의 비밀

세계 과학자들의 눈은 최근 북극의 척치해로 쏠려 있다. 해빙(海氷)이 유난히 빠른 속도로 녹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척치해 부근의 수온도 과거에 비해 섭씨 5도 이상 올랐다는 조사도 있었다. 그 원인을 놓고 과학계의 가설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주변 해수 온도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 척치해는 북태평양 바닷물이 들어오는 북극해 전체의 입구에 해당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북태평양 해수가 이곳으로 가장 먼저 유입되는 바람에 해빙도 그만큼 빨리 녹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류와 바람의 방향이 원인이라는 가설도 있다. 척치해로 들어온 해수는 바람과 함께 시계방향으로 돌아 반대편 바렌츠해로 빠져나간다. 이 흐름을 따라 빙하도 바렌츠해 쪽으로 빠져나가 소실된다. 소실되기만 하고 새로 생기지 않으니 척치해 부근의 해빙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머지 한 가설은 이 두 작용이 복합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아라온호의 북극 항해 이후 어떤 가설 쪽으로 무게가 실릴지 주목된다. 아라온호에는 첫 번째 가설을 제안한 일본 도쿄해양과학기술대 코지 시마다 교수도 탑승할 예정이다.

얼음 속 생물과 북극해 퇴적물 조사

극지에 해빙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생물 입장에서 전혀 다른 환경이다. 담수가 얼면 단단해지지만 해수는 염분 때문에 얼면서 사이사이에 모세혈관처럼 얇은 공간이 생긴다. 속이 꽉 찬 얼음덩어리 말고 아삭아삭한 얼음과자 같은 형태를 떠올리면 된다.

해빙 속 미세 공간에는 다양한 식물플랑크톤이 산다. 해빙이 녹아 점점 줄어들면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 셈이다. 이들을 먹고 사는 동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갑각류와 북극대구 같은 어류도 연달아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해빙 바로 아래 바닷물에 사는 플랑크톤도 큰 변화를 맞는다. 이상헌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해빙이 녹으면 빛을 많이 받아 해수 윗부분이 따뜻해지면서 30∼40m 깊이의 층을 형성한다"며 "이 층에 있던 플랑크톤은 위 아래 해수가 잘 섞이지 않아 추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빙이 녹은 뒤의 생태계 변화를 확인하는 것도 아라온호 북극 조사팀의 주요 목표다.

해안에서 얼음이 얼 땐 육지 퇴적물도 섞인다. 부서진 해빙이 해류와 바람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육지 퇴적물이 북극해 중간에 가라앉는다. 이런 육지 퇴적물에는 인간활동으로 생긴 중금속과 자연적으로 생긴 방사성동위원소 등이 포함돼 있다.

홍기훈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육지 퇴적물이 가라앉은 위치와 그 속에 들어 있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양이나 비율을 따져보면 오염물질의 기원과 이동경로 등을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북극 연구 선점 기회

유라시아와 아메리카대륙, 그린란드로 둘러싸인 북극해는 면적이 지중해의 약 4배에 달한다. 대륙으로 이뤄진 남극에 비해 바다라는 점에서 그 동안 접근이 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극해의 해빙이 녹으면서 새로운 뱃길이 열려 이곳의 연구영역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 과학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북극은 지구 전체 기후를 조절하는 심장부다. 기후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양의 심층순환이 바로 북극해 부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부근에서 시작한 해양 심층수의 흐름은 대서양 서부를 따라 내려가다 태평양을 돌면서 따뜻해져 위로 솟아오른다. 이 표층수는 인도양과 아프리카를 거쳐 대서양으로 되돌아가는 도중 차가워져 그린란드 부근에서 다시 가라앉아 심층수를 형성한다. 이 같은 순환이 지구 전체 기후변화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남승일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특히 최근 극지연구의 핫이슈로 떠오른 척치해는 예전부터 북극 연구가 발달한 유럽보다 한국에서 더 가깝다"며 "이런 지리적 이점뿐 아니라 우리 쇄빙선도 갖췄으니 앞으로 북극 연구를 선점할 장기계획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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