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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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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다이어트

입력
2010.05.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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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내내 끙끙 앓았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온몸이 쑤셨다. 전날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체육대회에 아이와 함께 참가한 후유증이었다.

반소매 옷을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에 너른 잔디밭과 신나는 음악, 맛있는 먹거리, 신기한 놀거리가 가득한 체육대회에 아이는 금방 재미를 붙였다.

경기에 쓸 골프채를 가져다 진짜 골프라도 칠 듯 공을 이리저리 굴려보더니, 대각선 길이가 100m쯤 되는 잔디밭을 갑자기 냅다 내달리질 않나, 생전 처음 보는 형이랑 누나를 졸졸 쫓아다니기도 했다. 덕분에 체육대회 내내 아이 이름을 부르며 졸졸 쫓아다녀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세상 모르고 잠든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문득 이 녀석이 태어난 뒤로 내가 참 부지런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초엔 휴일이면 정오까지 머리가 베개에 붙은 것처럼 일어날 생각을 않았는데, 지금은 8시쯤이면 일어나 쌀을 씻는다. 부부만 살 땐 찬거리가 없으면 대충 시켜먹었는데, 지금은 밤 늦게라도 장을 보러 나간다. 아이가 없을 땐 무너져 내릴 때까지 빨래를 쌓아뒀는데, 지금은 하루에 두 번씩도 세탁기를 돌린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긴 또 다른 변화는 살 빠졌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엔 연일 이어지는 저녁 회식에 여간 해선 빠지지 않았고, 급한 취재가 없어도 밤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는 일이 잦았다.

자연히 술과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회식이나 음주 횟수를 조절하고, 가급적 야근을 줄이려고 업무시간 동안 더 많이 움직인다. 간혹 부러 점심을 거르기도 하고, 퇴근길이 많이 막히면 차에서 내려 무작정 뛰어가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이어트 효과가 생긴 셈이다. 먹는 열량은 줄고 활동량은 늘었으니 말이다. 따로 운동은 안 한다. 솔직히 운동까지 할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스포츠의학회가 동일한 시간을 운동한다면 한 번에 이어 하나 여러 번 나눠 하나 효과는 같다고 밝힌 적이 있다. 굳이 오랜 시간을 운동에 할애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움직이면 비슷한 정도로 다이어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80kg의 남성이 온몸으로 1시간 운동하면 720kcal의 열량을 소비한단다. 50kg의 주부가 1시간 장 보고 1시간 요리하고 30분 아이와 산책하고 30분 훌라후프 돌리고 30분 청소하면 739kcal를 쓴다고 한다. 양쪽이 거의 비슷하다. 이 같은 사실들을 근거로 '게으른 건강법'이란 책도 나왔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 비몽사몽 하던 아이를 한 팔로 안고 다른 한 팔론 지갑을 꺼내고 계단을 오르느라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그래도 게을렀던 엄마, 운동까지 시켜주는 아이에게 고맙다 하고 싶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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