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어제 사법연수원생 대상 강연에서 검찰이 개혁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어 권력의 원천인 국민에 의한 견제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검찰) 권한과 권력을 쪼개 주거나, 새로운 권력을 주어서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국민의 견제와 통제를 받고, 국민이 관여하는 모습으로 검찰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상설 특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국민이 기소 과정에 참여하는 기소심의제 도입, 수사심의위원회 기능 확대 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김 총장의 '검찰 개혁 주체론'과 '국민 견제론'은 개혁의 당위성을 수용하는 동시에 조직을 보호하려는 고뇌의 결과일 것이다. 정부, 특히 정치권에 의해 타율적으로 검찰 기능과 역할이 분할ㆍ축소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검찰 내부 분위기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검찰ㆍ경찰 개혁 태스크포스(TF) 구성 지시 하루 만에 나온 김 총장의 발언은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스폰서 검사 파문 이후 검찰 스스로 쇄신책을 내놓기도 전에 외부에 의한 타율적 개혁 추진이 공식화한 것은 검찰로선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검찰은 어떤 방법, 어떤 형태의 개혁도 받아들이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검찰의 힘으로 내부 개혁을 이루겠다고 역설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과거 검찰이 관련된 온갖 게이트 때마다 반성과 변화에 대한 다짐이 되풀이됐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검찰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런 현실을 안다면, 검찰은 자중하는 모습으로 정부 TF와 국회 논의에 적극 협력ㆍ참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검찰 개혁의 범위와 방법에 제약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제도의 장ㆍ단점과 긍ㆍ부정적 영향은 차분히 따지면 될 일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개혁과 변화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국민이 수긍하고 믿도록 만드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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