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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의 연립정부… 英정치실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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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의 연립정부… 英정치실험 성공할까

입력
2010.05.1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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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의 ‘헝 의회(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의회)’, 65년 만의 전후 첫 연립정부, 198년만의 가장 젊은 총리, 30년 만에 가장 큰 긴축과제.

닷새간의 협상 끝에 1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43)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의 보수당-자민당 연립정부가 갖가지 기록을 세우며 기대반 우려반 속에 출범했다.

경제침체와 재정적자로 신음하고 있는 영국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큰 정치적 실험을 앞두게 됐다. 각료 경력 한번 없는 총리가 정책적 노선이 다른 당을 안고 가장 인기 없는 긴축정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자민당(중도좌파)과 대처주의로 무장한 보수당(우파)의 연합은 난감하기 그지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당의 이해는 옆으로 치우고, 공동의 선과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강하고 결단력 있는 정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재정적자, 깊은 사회적 문제들, 정치 시스템 개혁 등의 과제를 가장 무거운 문제로 꼽았다.

캐머런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는 “권리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고, 내가 받을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영국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긴축 정책으로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 티임스는 “향후 재정지출 삭감이 한 세대(30년) 만에 최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에 이르고, 정부 부채 규모는 GDP 대비 62%에 이른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도 영국의 신용도를 하향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립정부는 이미 올해 60만 파운드(약 10조원) 재정지출을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추진 과제들도 대략 윤곽을 드러냈다. 보수당은 자민당의 선호투표제(후보자에게 선호순위를 표시해 과반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하위득표자의 2순위 표를 상위 득표자에게 나눠주는 방식)도입 국민투표방안을 수용했고, 상속세 면세점(免稅點) 인상안도 포기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점진적 감세와 저소득 자녀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자민당의 공약도 반영됐다.

캐머런은 2005년 보수당 개혁을 내걸고 당수직에 올랐다. 그러나 스스로 ‘블레어의 상속자’로 칭할 정도로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성향도 가지고 있다. 주식 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나 귀족학교인 이튼스쿨을 나왔고, 옥스퍼드대를 수석 입학한 엘리트다.

한편 제 2당으로 전락한 노동당은 전날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사퇴를 선언하며 극적으로 자민당과의 연정협상에 나섰지만, 두 당이 합해도 군소 정당을 더 끌어들여야 과반이 넘는 점과 노동당 일부에서 타협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결렬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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