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합니다."
9일 경남 김해시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경로잔치. 김정권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박정수 한나라당 김해시장 후보가 참석했고, 김종간 김해시장과 박종규 시장권한 대행 및 일부 공무원들이 동석했다. 김 시장은 재선을 노리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직후였다. 이에 따라 김 시장은 직함은 유지하되 직무가 정지됐고 박종규 부시장이 시장권한 대행을 맡게 됐다.
이 행사 도중 김 의원이 김 시장에게 "시장과 공무원들이 왜 어버이날 잔치에 참석하나. 관권선거 아니냐"고 따지면서 소동이 일었다. 이에 김 시장이 발끈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주변의 만류로 불상사는 면했지만 박 권한대행 및 공무원들은 진땀을 흘렸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 시장이나 군수와 공천자, 지역 국회의원 사이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이 된 현역 단체장을 따르자니 정당 후보와 국회의원이 반발하고, 정당 후보를 챙기자니 4년간 동고동락한 단체장을 나 몰라라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 전남 화순군의 경우 전완준 군수가 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옥중 출마를 선언했고, 구충곤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임호경 전 군수가 지연ㆍ학연으로 얽히고 설켜 있어 공무원들이 처신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또 경기 수원, 성남, 용인 등 주요 도시 현직 시장이 낙천하거나 내정자 명단에서 누락되면서 공무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특히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현 단체장이나 당 공천을 받은 후보 양쪽 선거캠프에서 공약준비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경우 공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내몰린다. 예년 같으면 으레 참석했던 석가탄신일 점등식 행사나 각종 어버이날 및 스승의 날 행사에도 올해는 대부분 불참하는 추세다.
현직 기초단체장 4명이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인 부산에서는 공무원 노조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단체장에게 "직원들이 본의 아니게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기초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낙천된 현직 시장이 깨끗하게 승복하고 물러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할 경우 휘하 공무원들은 숨 쉬기 조차 어렵다"고 털어놨다. 경남의 한 공무원도 "좁은 지역 사회에 있다 보니 현직 시장이든 예비 후보들이든 크고 작은 인연이 얽혀 있게 마련"이라며 "지방선거 후 보복 인사나 논공행상 식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해=이동렬기자 dylee@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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