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은 괴롭다. 정당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현역 단체장과 공천자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난감하다. 당연히 공무원은 헌법이 규정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선거결과에 따라 엄청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예 이 기회에 줄 잘 서 출세해 보자는 공무원들도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4월 29일~5월 4일 소속 공무원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공직사회 줄서기 관행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조사대상자의 18%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줄서기 제안을 받았거나, 줄서기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줄서기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는 공무원도 56%나 된다. 줄서기의 유형으로는 친인척 선거운동(45%)이 가장 많고, 특정 후보자를 위한 조직 동원(29%)과 선거기획 참여(18%)도 적지 않다.
경찰과 행정당국이 특별 감찰활동과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무엇보다 줄서기가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전공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줄서기로 승진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60%는 동료가 줄서기로 이익을 보거나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지자체장의 인사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능력과 적성을 무시한 인사전횡으로 공무원의 사기와 행정능력을 떨어뜨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비리로 기소된 기초단체장은 민선 1기(1995~1998년)에 23명이던 것이 4기(2006~2010년)에 96명으로 4배나 증가했다. 이 중에는 지난해 문경시와 용인시에서 터졌던 줄서기에 따른 인사와 관련한 비리가 적지 않다.
은밀하게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공무원들의 뿌리 깊은 줄서기 관행을 없애려면 외부단속과 감시로는 한계가 있다. 내부 감시 강화와 자정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공무원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관리방식도 필요하다. 전공노가 불법적 정치활동이 아닌 공직사회를 맑게 하는 이런 일에 앞장선다면 그 존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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