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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도서관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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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도서관으로의 초대

입력
2010.05.1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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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서관'이 있다. 진짜? 진짜 있다. 건물의 4면 중에서 3면이 타원형의 큰 유리창이다. 그 유리창을 통해 광활하고 푸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바다가 감동적이다. 예술적이다. 33㎡ 규모를 가진, 작은 카페 같은 도서관이다. 아니, 카페보다 더 멋진 도서관이다.

장서가 적당해서 오히려 그 여백이 편안하다. 바다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보면 도서관이 바다다. 바다가 도서관이다. 바다도서관에서 괭이갈매기가 시집을 펼쳐놓고 시를 읽어도 놀라지 말라. 바다제비가 책을 빌리려고 날렵하게 날아와도 놀라지 말라. 책을 읽다 심심해지면 바다로 난 문을 열고 나가 바다가 읽어주는 시를 들어도 좋다.

바다와 도서관 사이에 놓은 몽돌해변에 편안하게 누워도 좋다. 누워서 책을 읽다 몽돌소리에 낮잠이 들어도 좋다. 자랑 같지만(사실은 자랑스럽다!), 그 도서관의 이름을 내가 선물했다. 내가 명명한 것이다. 나는 이름만 들어도 가고 싶은 도서관을 꿈꾸었다. 그 꿈이 이뤄졌다.

자문회의에 나가 꿈을 던져놓았을 뿐인데 내 꿈보다 더 멋진 도서관이 섰다. 삶에 지칠 때 바다도서관으로 가자. 희망을 선물받고 싶을 때 바다도서관으로 가자. 당신의 서울에서 400여km 떨어진 울산시 북구 산하동, 동해로 활짝 열린 워터프론트인 강동바닷가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바다도서관이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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