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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1> 이해와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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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11> 이해와 암기

입력
2010.05.1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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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한 것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해를 통한 방식과 암기를 통한 방식이 그것이다. 모르는 것을 그대로 기억하려는 노력이 암기라면 모르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고 있는 것과 통합시키려는 노력은 이해다. 이해는 두뇌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가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가 두뇌에 들어와 어떤 연결고리를 형성하면 그 순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해가 된다는 것은 이처럼 회로가 연결된 상태를 가리킨다. 반면에 암기에서는 회로가 단절된다. 회로에 연결된 정보는 유지되지만 회로와 단절된 정보는 빨리 소멸된다.

처음부터 암기 위주로 공부하는 학생은 없다. 사람의 두뇌는 이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기에 치중하는 학생들은 대개 ‘시간이 없다’, ‘숙제니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배운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암기한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시험을 목적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암기 위주로 쏠리는 것이다.

암기의 부작용은 정말 심각하다. 첫째, 공부를 점점 싫어하게 만든다. 맹목적인 암기가 공부를 기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 공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파편화된 암기가 내용에 대한 흥미를 낮추는 탓이다. 셋째, 머릿속이 오개념과 잘못된 지식으로 채워진다. 부정확한 암기가 교정되지 않은 채 자꾸만 누적되기 때문이다. 넷째 고학년으로 갈수록 이해력이 떨어진다. 단편적인 암기에 의한 기억의 저장량이 미미한 탓이다.

암기 중에서도 가장 잘못된 공부 방법이 바로 기계적 암기다. 공식의 배경이나 유도과정을 반드시 이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그냥 외운다. 또한 최소한 의미가 있는 문장 단위 이상에서 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어만을 따로 떼어서 그냥 암기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물론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외워야 할 것들도 있다. 소화 효소의 종류라든가 원소 주기율표와 같이 학문적으로 이미 확정된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들은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외우거나 과학적인 암기법을 활용해서 효과적으로 외우면 된다. 그렇지 않은 것들까지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은 공부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회로가 단절된 암기와 달리 이해는 일시적으로 회로에 성공한 경우다. 이해가 되었다고 해서 기억됐다는 느낌은 착각에 불과하다. 반드시 주기적인 확인과 반복을 통해 장기기억이 되는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해된 것들도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해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기억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배운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의 핵심을 요약해서 기억하는 공부를 습관화하면 그 어떤 사교육도 필요 없다. 학부모님들을 위로하기 위한 달콤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배우지 않아서 틀리는 것은 없다. 이해하지 못해서, 기억하지 못해서 틀린다. 그렇지 않은가? 기억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충 이해된 것과 정확한 이해의 차이는 크다. 스스로 설명을 해보는 과정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설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증거가 된다. 특히 추상적인 개념은 한 번의 공부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육하원칙에 따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 과잉상태에 빠져있는 지금은 명백히 왕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많이 공부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그것이다.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요인부터 제대로 파악해서 제거하면 된다.

자녀가 이해를 통한 방식과 암기를 통한 방식 중에서 어느 것에 주로 의존하는지 꼭 파악해봐야 한다. 암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반드시 표시를 했다가 나중에 반드시 정확하게 이해하는 습관이 들도록 도와주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교과과정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 모든 교과 내용이 이해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해 중심의 공부는 두뇌 회로에 저장된 정보의 질과 양을 눈덩이처럼 향상시킨다. 시간이 갈수록, 공부를 할수록 공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암기 위주의 공부는 공부해야 할 내용을 불어나게 만든다. 공부에 대한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여러분은 이해와 암기 중에서 자녀를 과연 어느 길로 이끌 것인가?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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