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대한 직접적 개입에 고집스런 태도를 고수해왔던 유럽중앙은행(ECB)도 확산되는 위기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ECB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채 매입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주식시장 폭락의 주범 중 하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마침내 10일(현지시간) "채권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EU 각국 정부의 위기차단노력에 힘을 보탰다.
ECB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CB 정책위원회는 유로존의 공공ㆍ민간 채권시장에 개입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개입(매입) 범위는 추후 정책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헌법에 따르면 ECB는 유로존 국가의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없지만 민간은행 등을 통해서는 매입이 가능하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후퇴한 것"이란 비판도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대환영이었다.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설 곳은 중앙은행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도 통화스와프(위기 때 자국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것)를 통해 유럽을 돕기로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ECB, 캐나다중앙은행, 영란은행, 스위스중앙은행과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달러 스와프를 재개하며, 일본은행도 동참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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