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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45> 한국의 축복받은 자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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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의 고난속에 큰 기회있다] <45> 한국의 축복받은 자연환경

입력
2010.05.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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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무엇인가를 쓰라고 하면 나는 바둑과 여행이라고 썼다. 바둑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버지가 가르쳐 주셔서 틈틈이 두었는데 대학 다닐 때에는 4급 실력이었고 한국은행에 들어가서는 1급이 되어 매년 열리는 금융기관 대항전에 한은 대표선수단의 한 사람으로 나가 우승하기도 했다. 그 뒤 한국기원으로부터 아마 5단의 인허증을 받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기량도 줄고 건강에도 안 좋은 것 같아 요즘에는 잘 두지 않는다.

여행은 나이가 들수록 좋다. 사람들이 살아 온 길, 지금 살고 있는 모습,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틈만 나면 차를 몰고 나가기를 좋아한다. 일정한 목적지 없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남한 땅 여기저기를 많이도 다녔다.

오래 전부터 우리 내외가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국내 여행으로는 매년 두 차례씩 형제들과 같이 고향인 김제와 지리산과 선운사를 다녀오는 3박4일의 여행이 있다. 한 번은 4월초의 벚꽃 철, 다른 한 번은 10월 말의 단풍철이다. 차를 몰고 김제에 내려가 고향에서 농사를 하시는 누님과 전주에 살고 있는 여동생을 만나 성묘를 올리고 마을 분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는 남원으로 간다. 차로 남원에서 노고단을 넘어 화엄사를 지나 섬진강변을 따라 피아골, 화계장터, 쌍계사, 칠불사 그리고 빨치산 이현상이 최후를 맞이한 의신계곡 등을 둘러보고 하동으로 간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 전남 광양 쪽의 매화 마을을 거쳐 거꾸로 섬진강을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이다. 이 일대는 4월초에는 산수유와 매화 그리고 벚꽃으로 뒤덮이는 곳이며 가을에는 단풍이 그만이다.

여기서 고창 선운사는 두 시간도 안 걸린다. 선운산은 벚꽃과 단풍도 좋지만 동백이 더 좋다. 낙조대까지의 산책코스가 편안해 좋고 동백호텔의 음식도 매우 좋다. 나는 40년 전 동백호텔이 가정집 같은 동백여관이었을 때부터 다녔는데 그 때 장작으로 방에 군불을 때주던 소년이 50대를 넘겨 지금도 있어 갈 때마다 반갑게 만난다.

나는 해외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젊어서는 직장에 얽매어, 또는 경제형편이 어려워 못했고 공직에 있을 때는 시간이 없어 못했는데 대학으로 돌아온 뒤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해외여행은 거의 모두 대학동기들과의 부부여행이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나는 서울상대 13회 동기회장을 맡아 봉사하면서 매년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기획했다. 상대 동기입학생이 350명이나 되기 때문에 타계한 사람도 있고 해외에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해외여행 계획을 알리면 10쌍에서 20쌍 정도는 언제나 모일 수 있었다.

이러한 여행계획에 의하여 나는 캐나다 로키, 유럽, 남미, 러시아 노르웨이 등 북유럽, 호주와 뉴질랜드, 이집트와 터키 등 지중해 연안,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인도와 중국 일본 등 많은 지역을 둘러보았다. 나의 많은 해외여행 중에서 가장 유익했다고 여겨지는 곳은 지중해 연안의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등 네 나라였고 그 중에서도 특히 이집트의 문화유산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 카이로의 국립고고학박물관, 룩소의 카르낙 신전과 왕가의 계곡,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 수천 년 전의 유산들을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남미에서는 페루 잉카문명의 유적 마추픽추와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테오티우아칸 유적이 신비로웠다. 마추픽추는 안데스의 2,850m 가파른 산정에 200개의 석조 건물로 된 숨은 도시의 폐허인데 언제 왜 이런 곳에서 살고 언제 왜 여기를 버리고 떠났는지 수수께끼였다. 최근 폴란드 크라카우의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에서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독가스 학살 현장을 보고 느낀 충격을 지금도 지을 수가 없다.

브라질의 마나우스에서 본 아마존 강의 웅대한 모습과 빙하를 이고 있는 캐나다 로키산맥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은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에서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집트 인도 중국을 여행하면서 고대문명을 이룬 이 나라들이 오늘날에는 왜 이렇게 못사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나서 나는 우리나라가 조물주로부터 축복받은 자연환경을 타고 낫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밤낮이 고르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부터 그렇다. 예컨대 북유럽에서는 여름 한밤중에도 태양이 떠있어 새벽 1시에도 불을 켜지 않고 신문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오후 2시면 해가 진다.

춘하추동 사계가 있다는 것도 그렇다. 북극 쪽이나 남극 쪽으로 가면 1년 내내 겨울만 있고 적도 쪽으로 가면 1년 내내 여름만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겨울에는 삼한사온까지 있지 않은가. 어디서나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 지구상 대부분의 지역은 지하수나 지상에 흐르는 물에 석회석 등이 침전되어 있어 마실 수가 없다.

날씨가 맑고 햇볕이 쨍쨍하다는 것도 그렇다. 예컨대 노르웨이의 경우 7할이 흐리고 비 오는 날씨이다. 그래서 북유럽에서는 햇볕이 나기만 하면 모두 옷을 벗고 밖에 나와 일광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산이 많고 삼면이 바다라는 점도 그러하다. 이 지구는 대부분이 평야이며 그래서 산이 없는 나라가 많고 바다가 없는 나라도 많다. 그래서 한국은 축복 받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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