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김해에서 대기업에 자동차 단조부품을 납품하는 A업체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근심이 커졌다. 매달 원자재인 합금강 1,000톤을 구입해 부품을 생산하는데 이달 들어 원자재 가격이 약 7%나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톤당 91만원 하던 것이 올해 4월 98만원으로 올랐고, 이달 들어 105만원으로 다시 인상된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부득이 발주업체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원가를 맞추지 못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애를 태웠다.
# 대구에서 조선기계 주물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B업체는 10일 납품을 중단했다. 주원료인 고철과 선철, 화학약품 값이 지난해에 비해 20~30% 상승했지만 납품 단가는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없어 주물조합에 속한 다른 업체들과 함께 부품 공급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는 약 3~5% 이익을 바라보고 생산을 하는데 원자재 값이 5~7% 오르면 이익이 남지 않는다"며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올려주지 않으면 생산을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점점 먼 나라 얘기가 되고 있다.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인한 납품단가 현실화 요구를 두고 대ㆍ중소기업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로 환율이 다시 급등할 경우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단조조합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단체행동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15~20% 오른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주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납품 거부 등 극한 상황도 준비하고 있다. 음료나 통조림의 캔을 만드는 제관 업체들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20% 가량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납품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공문을 해당 대기업들에 보내 놓은 상태다. 앞서 주물조합은 17일까지 수요처와의 가격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공급 중단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일부 자동차 부품, 조선기계 부품 등은 납품 중단을 실시했고 이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요구는 납품단가에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1년 사이 철강, 제지, 원유 등의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은 2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이에 대한 부담은 모두 원료를 구입해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납품단가에 인상분이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5~6개월 뒤에나 받을 수 있어 하루 버티기 힘든 중소기업에게는 당장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담당자를 찾아가도 아예 만나주지 않거나 말단 실무자들과 소득 없는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기 일쑤"라며 "정부가 단가를 협의해서 결정하도록 마련한 납품단가조정협의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 C사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에 이런 문제가 있는지 잘 몰랐다"고 말했고, D사 관계자는 "하청구조가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니,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최근에는 환율 급등 조짐까지 보여 각 중소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남유럽 경제위기로 유럽 경제가 불안해지면 모처럼 찾아온 수출 기업들의 회복에도 악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환율도 급등해 원자재 가격 등 물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원자재가격 인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면서도 "모처럼 찾아온 경기회복 조짐이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껴볼 기회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