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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지식인 200여명 "한일병합 조약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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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지식인 200여명 "한일병합 조약 무효"

입력
2010.05.1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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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지식인 200여명이 올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1910년 한국병합조약은 불법적으로 체결됐으므로 원천 무효"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10일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발표했다.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이 동시에 대규모로 성명을 발표해 한일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영토교육 강화, 침략전쟁 미화 등 보수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 사회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고은 시인, 김영호 유한대 총장,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일본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나카무라 마사노리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은 도쿄 일본교육회관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지식인 109명과 일본 지식인 105명 명의로 된 '한국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일본에 의한 한국병합은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시킨, 문자 그대로 제국주의 행위이며 불의부정(不義不正)한 행위였다"며 "한국병합에 이른 과정이 불의부당하듯이 한국병합조약도 불의부당하다"고 밝혔다.

성명 참가자들은 특히 "일본 지식인들이 한일강제병합조약이 불법적이고 무효라는 한국 측의 해석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태진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조약의 전문도 거짓이고 본문도 거짓이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도 중대한 결점과 결함이 보이고 있다'는 성명 내용에 대해 "당초 '많은 결점과 결함'이었던 표현을 한일 지식인들의 토론을 통해 '중대한 결점과 결함'으로 바꾸었다"며 "'중대한'이라는 표현은 국제법 재판에서도 '불법'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도쿄 기자회견에서 "한일병합조약의 불법ㆍ무효 논란에 대해 일본측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를 받아들이면 병합 사실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조약이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불법ㆍ무효라는 한국측 주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져 성명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대다수의 진보적 학자들도 한일강제병합조약이 부당하게 체결됐으나 국제법적인 하자는 없기 때문에 조약 자체로서는 유효하다는 이른바 '유효부당론' 을 주장해 왔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공동성명 작성의 실무 역할을 해온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6대 4 정도로 한국의 입장을 따랐다고 할 수 있다"며 "논쟁은 있었지만 열린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이 역사적 화해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추진했고 결실을 맺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실제 이번 성명의 표현에 부담을 느껴 서명을 했다가 취소한 일본측 인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동성명에는 한국측에서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임철순 한국일보 주필 등이 서명했다. 일본측에서는 와다 하루키 교수를 비롯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우쓰미 아이코 와세다대 대학원 객원교수, 야마다 쇼지 릿쿄대 명예교수 등이 서명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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