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초등학교 김 모(26ㆍ여) 교사는 3년 전 한 학부모로부터 당한 수모 때문에 지금까지 고통 받고 있다. 2007년 5월 어느 날 3학년 담임을 맡았던 그를 학부모 B씨가 찾아왔다. B씨는 김 교사를 향해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 차를 몰고 왔다"는 게 이유였다. B씨는 교무실에서 동료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김 교사에 욕설과 함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다. 김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박 모(31)교사는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과 소송을 견디지 못해 최근 교단을 떠났다. 2005년부터 줄곧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박 교사를 집요하게 물어 늘어진 이도 학부모였다. 이 학부모는 2008년부터 "아이를 소외시켰다"면서 교육청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진정과 함께 고소를 했다. 무혐의 처리되긴 했지만 박 교사는 학부모의 등쌀에 합의금까지 줬다. 이 학부모는 박 교사 외에도 자녀의 1, 2, 3학년 담임을 차례로 명예훼손과 폭행 등으로 고소했고, 교육기관 진정도 멈추지 않았다. 무혐의 처분이 나오면 다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교사들을 괴롭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15일)을 닷새 앞둔 10일 공개한 교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다.
교총이 이날 발표한 '2009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모두 237건으로 이중 학생ㆍ학부모의 폭언이나 폭행, 협박 등이 45.6%(10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식의 교권침해 행위는 2001년 12건이었으나 2005년 52건, 2007년 79건 등 매년 늘어 지난 9년간 무려 9배나 증가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체험행사가 끝난 뒤 다른 학교 친구를 학교 버스에 태우라며 욕설까지 한 학생의 뺨을 때린 담임을 학부모가 형사 고소하거나, 심지어 휴대폰을 압수했다는 이유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ㆍ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와 함께 학교안전사고 피해, 교직원 간 갈등(각 17.3%), 명예훼손(5.9%) 등도 교권을 침해하는 주요 사유로 꼽혔다.
교총 관계자는 "교단의 권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교사의 자긍심을 살릴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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