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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투표,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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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투표, 어려운

입력
2010.05.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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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담임의 반장 선거 방법에 나는 불만이었다. 반장 선거를 꼭 새 학기 초에 서둘러 하는 것이 싫었다. 적어도 반장을 뽑으려면 여러 반에서 모여 다시 한 반이 된 친구들 중에서 반장이 될 만한 좋은 친구를 찾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영민한 아이였다는 것은 아니다.

내게 반장 선거에 나갈 기회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담임의 반장 후보 선출은 간단했다. 반장, 부반장을 해 본 경력이 있는 아이들에게 출마 자격을 주었다. 나는 한 번도 반장 후보가 되지 못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담임의 방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똑똑한 학생들이 많았던 초등학교여서 반장이 되고 싶은 아이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너도나도 떼지어 우르르 출마했다면 더 큰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투표해야 하는 '자리'가 점점 늘어나더니 이번 지방선거에는 무려 8명이나 뽑아야 한다.

이른바 '1인 8표제'다. 그것도 4장씩 두 번에 걸쳐 투표를 한다. 8개의 자리를 두고 쏟아져 나온 수십 명이 넘는 후보를 검증할 자신이 없다. 거리마다 대형 현수막으로 북새통인데 그 후보가 어떤 자리에 나왔는지 모르겠다. 내 손으로 투표해서, 내 세금으로 봉급을 줘야 하는 자리가 이렇게 많아지다니! 투표가 무슨 수학 문제 같다. 분명한 건 유권자는 천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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