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만도가 10년 만에 증시로 컴백한다. 11, 12일 이틀간 공모청약을 실시한 뒤 1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 모그룹 한라의 부도로 2000년 2월 증시에서 퇴출된 뒤 10년만의 귀환이다. 지난주 삼성생명이 20조원의 공모자금을 끌어 모으는 '빅 히트'를 친데 이어 만도 역시 성황리에 '금의환향'할지 여부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곡절 많은 재입성
"고(故) 정인영 회장을 나중에 만나면 얘기할 게 생겨, 감회가 새롭습니다."
변정수 만도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006년 세상을 떠난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을 떠올리며 재상장의 감회를 숨기지 않았다. 만도는 고 정 회장이 1962년 세운 현대양행에 뿌리를 둔 회사다. '만도'라는 이름도 그가 80년 신군부에 중공업 부문을 빼앗긴 뒤 재기 의지를 담아 '인간은 할 수 있다'(Man Do)라며 붙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만도는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10년전 한라중공업 부도로 한라그룹이 분해되며 JP모건이 중심이 된 '선세이지'펀드에 매각됐으며, 2008년에야 고 정회장의 차남인 몽원 회장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증시 재입성을 시도하게 된 것.
만도처럼 패자가 부활한 경우는 증시에서 매우 드물다. 외환위기 와중에서 무너진 기업 중 재상장에 성공한 경우는 진로(2009년), 동양강철ㆍ제이에스전선(2007년), 애강리메텍(2006년) 리바트(2005년)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생명 열풍 이어갈 듯
만도의 귀환은 성공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만도의 공모가격 자체가 매력적인데다가, 삼성생명 공모주 열풍을 통해 유입된 자금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공모에서 탈락한 자금만 19조원에 달한다"며 "만도의 공모조건이 매력적인 만큼 증시에 들어온 자금의 상당수가 이번에도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도의 투자매력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공모가격이 객관적 가치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만도의 공모가격은 주당 8만3,000원인데, 이 회사의 수익성을 감안하면 주가 수익비율(PER)이 8.3배에 불과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경쟁업체인 현대모비스와 한라공조의 PER가 10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공모가가 비싸지 않다"며 상장 이후 목표주가를 11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10년간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시킨 것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위원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이 5.2%에 달하며 보유특허가 2,260개에 달하는 등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해 지난 10년의 격변기에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모비스가 기술격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만도는 기업공개를 통해 모은 자금을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어서 상당기간 기술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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