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시장의 잠재적 강자였던 포스코를 실질적인 강자로 바꿔놓았다."
한 M&A 전문가는 10일 포스코의 '성장투자사업부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서 롯데그룹보다 1,000억~2,000억원 정도 높은 가격을 써냄으로써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얘기가 나온 뒤다.
사실 포스코는 6조원이 넘는 현금유동성 때문에 큰 매물이 나올 때면 항상 유력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로 성과를 낸 적은 별로 없다. 2008년 GS그룹과 손잡고 뛰어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단적인 예다. 입찰 마감을 코 앞에 두고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중도하차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후 조선업황이 좋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보면 다행스럽지만 당시 상황에선 주인없는 포스코가 M&A에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올해 들어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정준양 회장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그간 여러 부서에서 분산 수행돼온 투자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성장투자사업부문을 신설한 것. 윤용원 전무를 중심으로 철강ㆍ에너지ㆍ소재ㆍM&A 등 성장 영역별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며 신규사업 타당성 검토부터 사업진행 및 인큐베이팅까지 수행한다.
업계에선 대형 M&A에 대한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이번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선 실제로 성장투자사업부문의 역할이 컸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업가치에 대한 실사에서부터 자금조달 계획과 경영전략 및 사업시너지 등 본입찰 제안서에 담길 문구 정리까지 도맡았다. 특히 최종 입찰가와 관련, 그간의 실사 및 롯데그룹 동향 등을 분석한 뒤 3가지 안을 제시함으로써 정 회장의 최종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성장투자사업부문 내 전략사업실을 중심으로 M&A에 관한 일목요연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오너가 큰 액수를 베팅하는 것보다 사업시너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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