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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멕시코만 '검은 비명' 4주째… 유출구 막을 대안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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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멕시코만 '검은 비명' 4주째… 유출구 막을 대안 '깜깜'

입력
2010.05.1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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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미 멕시코만에서 작업 중이던 석유시추시설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하며 시작된 원유 유출 사태가 11일로 발생 3주를 넘어 4주째로 접어들고 있으나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당국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사가 미 남동부 해안을 잠식해오는 기름띠를 막기 위해 각종 방제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9일까지 이미 1,300만ℓ의 원유가 유출됐다.

8일 오후엔 앨라배마 해변까지 기름 찌꺼기인 타르 덩어리들이 밀려왔으며 5,200㎢로 확대된 해상 기름띠가 플로리다 반도를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빌 넬슨 상원의원(플로리다ㆍ민주)은 "유출이 수개월 이어지면 플로리다 관광업은 물론, 군사훈련까지 엉망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AFP통신은 "BP는 빗발치는 소송대응과 매일 1,000만 달러에 달하는 방제비용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전체 피해 규모가 16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 당국과 BP측은 7일 심해 원유 유출구를 대형 돔으로 막으려던 시도가 무산됨에 따라 차선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매일 79만여ℓ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대형 돔을 대신할 새로운 방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미 언론들은 "유출구 폐쇄 작업이 이뤄지는 향후 수일이 최악의 사태로 확산될 지 여부를 가르는 고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1일 AP통신은 BP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대형 돔 설치 실패 이후 가능한 대처 방안들을 3가지 정도로 요약했다.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방안은 4층 규모에 달했던 대형 돔을 대폭 축소한 소형 철제 돔을 만들어 다시 한번 유출구멍의 봉쇄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대형 돔의 실패 원인인 얼음 결정체(하이드레이트 현상) 형성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 계획이 대안으로 확정되면 금주 중반쯤 소형 돔 설치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더그 셔틀즈 BP 최고운영책임자(COO)는 9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원유가 나오는 파이프 구멍과 해상 선박을 펌프장치로 연결해 유출을 막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원유 유출량을 늘릴 수 있어 기술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언론들은 평가했다. 또 다른 방법은 폭발 사고 때 고장이 난 폭발방지기를 작동시켜 원유유출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로봇 잠수정을 심해로 내려 보내 방지기 밸브에 직접 진흙과 콘크리트 조각을 쏘아 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작업도 완료되는 데 3주 이상 걸릴 수 있으며 폭발방지기를 잘못 건드릴 경우 오히려 유출속도를 12배 이상 높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러한 유출 차단책들은 실제 적용되기엔 위험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결국 대체유정을 파 압력을 조절, 유출량을 줄이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 작업은 최대 3개월이 걸릴 수 있어 그 동안 최악의 환경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 9일 마이애미헤럴드는 "확실해 보이는 계획이 한 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당국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9일 AFP통신은 기름띠를 막기 위해 현재까지 120만ℓ나 뿌려진 분산제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아무도 이 화학제가 환경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말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양식업 등에 분산제가 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실보다 득이 많은 석유시추… 흔들리지 않을 美에너지정책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인해 미국 내에서 석유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그린에너지나 기후온난화 방지를 위한 정책으로 급선회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고가 최악의 환경오염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히 지난달 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동부연안 석유시추 허용 정책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거셌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에너지 자립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연안 개발이 필요하다며 환경론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시추금지 해제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이후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이 강하게 반발하자 오바마 행정부는 연방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연안 원유시추 관련 신규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아널드 슈워제너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연안 주지사들 역시 시추허용 보류를 선언했다. 영국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이번 사고로 인해 환경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연안 석유시추를 허용한 민주ㆍ공화 양당의 절충안은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처럼 유약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 문제다. 전세계에서 미국이 채굴하는 원유 가운데 3분의 1이 멕시코만에 집중돼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원유를 수입하는 미국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인 것이다.

이번 사고처럼 시추 과정에서 원유가 유출된 경우는 기름 유출 사고 중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석유 의존 에너지 정책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미 자원연구위원회는 최근 "유조선 사고로 인한 유출과 자연 유출이 각각 33%, 62%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사고를 촉발시킨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도 원유 시추로 벌어들일 수익을 위해 향후 시추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다. BP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이나 최종 판결까지는 20년 정도 걸린다. 피해보상금은 보험 등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

운이 좋으면 피해 회사에 대한 세금감면 효과도 볼 수 있으며, 사고가 수습된 이후엔 원유 시추에 따른 수익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주가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좌초한 유조선 엑손 발데스호 사고가 정확히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막강한 로비력으로 연안 시추 허용을 이끌어낸 석유 산업이 연안 시추를 쉽게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 오바마 '늑장대응' 논란 덮으려 BP에 화살

"미국 남부에 끈적한 골칫거리가 떠다니고 있다. 그것은 원유지만 정치이기도 하다."

미국 CNN방송의 멕시코만 원유유출에 대한 논평이다. 지난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루이지애나 기름유출 현장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분노와 절망에 빠진 현지 여론은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고 있다.

사건발생 9일 만인 지난달 29일에야 '국가적 중대사'로 규정하고, 11일 만인 지난 1일 테드 앨런 미 해안경비대 사령관을 방제작업 총책임자로 임명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가 너무 늦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라디오쇼 진행자 러시 림보가 자신의 방송에서 이번 멕시코 기름유출 사건을 "오바마의 카트리나"로 규정하면서 초기 대응 실패를 꼬집는 등 맹공을 가했다. 5년 전 이번 원유유출 사고와 같은 곳을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 수습실패는 민심이 조지 W 부시 정부로부터 멀어지는 결정타를 가한 계기다.

부시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날카로운 질타로 카트리나 청문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차기 대선출마의 발판을 만들었던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자신도 과거의 실패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이 상황을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흐름은 되풀이 된다'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에 빗대 풍자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호재를 잡은 보수층과 공화당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바마 정부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 공화당 마이크 펜스 하원의원은 "왜 정부가 대응에 늦었는지, 왜 필요한 장비가 즉각 지급되지 않았는지, 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에야 멕시코만에 정부 고위 관료들을 파견했는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며 질타했다고 9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비난의 화살을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 (BP) 측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오바마대통령이 연안 시추확대 정책을 발표하며 "연안 시추는 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안전성을 강조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름 유출 책임은 BP가 져야 하며, 모든 비용을 대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백악관은 '중간선거 패배 등 결국 최종 대가는 대통령에게 청구되지 않을까'전전긍긍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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