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 업체 월풀은 2008년 LG전자의 냉장고가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 내 판매 및 수입 금지 소송을 냈다. 2년여의 공방 끝에 LG전자는 최근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LG가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쟁 업체 및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외국 특허 관리 전문 업체와의 특허 전쟁에서 공세적 태도로 전환했다. LG는 더 나아가 특허를 통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 글로벌 톱 특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도 내 놓았다. 추격자의 입장에서 선두 업체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던 우리 기업들이 이젠 다른 업체들로부터 추격을 당하는 형국이 된 환경이 가져온 또 다른 변화다.
LG는 최근 8개 계열사의 특허 임원 및 연구소장으로 ‘LG 특허협의회’를 구성,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협의회 의장은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부사장)이 맡게 됐다.
LG가 특허협의회를 발족시킨 것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사업 분야에서 계열사간 사업의 수직 계열화가 많아지면서 특허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이미 LG전자와 LG이노텍이 참여한 LED 특허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한 바 있다. 특허 도입시 포괄 라이센싱 추진을 통해 비용 부담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개별 회사별로 특허 라이센싱 계약을 하기 보다는 그 특허와 관련된 모든 회사가 포함된 포괄 계약을 체결,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LG는 지난해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이 공동으로 미국 이스트만 코닥의 OLED 특허권을 인수, 부담을 낮췄다.
LG는 이와 함께 미래 성장 엔진의 핵심 특허 확보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R&D 성과물을 지적재산권으로 등록, 회사의 자원으로 적극 활용키로 했다. 현재 280여명인 특허부문 인력은 2012년에는 370여명으로 늘어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4개 지역에 해외 특허 거점도 구축된다.
이처럼 LG가 특허 전쟁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은 구본무 회장이 ‘LG만의 차별화한 원천기술 확보’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직결된다. 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업의 판도를 바꾸는 기반 기술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3월초 열린 연구개발성과 보고회에서도 “미래 고객에게 탁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LG만의 차별화한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 특허를 출원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우리나라”라며 “특허 괴물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다른 후발 업체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젠 우리가 오히려 공세적인 특허 경영 전략을 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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