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세운 감화시설 선감학원에서 숨져간 소년들을 재조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10여년 전 흐지부지된 위령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은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어린이 근로정신대를 아십니까'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토론자로는 강진갑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전(前)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인 최봉태 변호사, 선감학원을 연구해온 정진각 안산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이 참석했다. 란 소설을 발표해 선감학원을 세상에 알린 이하라 히로미츠(75·井原宏光)씨도 일본에서 왔고, 이하라씨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선감학원 목격자인 홍석민(75)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이하라씨와 홍씨는 선감학원의 실상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토론자들은 역사교육 현장으로 선감학원을 근대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국가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한일 강제병합 100년과 관련해 역사회복 사업을 추진 중인 박 의원은 어린이 근로정신대의 본거지를 선감학원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선감학원에서 희생된 소년들을 위한 위령비라도 세워야 한다"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국회 경기도 안산시가 협의해 위령사업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선감학원생을 위한 위령비(사진)가 세워졌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안산지역사연구모임 카페는 1999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안산시가 건립을 추진했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무산된 위령비 이미지를 게시했다. 사이버 위령비를 만든 정 상임위원은 "이하라씨가 간직하고 있던 자료에서 위령비 이미지를 찾아냈다"며 "위령비가 세워질 때까지 사이버 위령비로라도 추모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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