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재투자·수익률·위험관리…네바퀴로 굴러가는 마술
1492년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에 3만달러를 투자했다. 만약 여왕이 콜럼버스가 아닌 다른 곳에 돈을 투자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연간 4%의 복리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에 3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1963년 무렵엔 '2조달러'를 갖게 됐을 것이다. 이는 콜럼버스가 발견한 미국에서 지금 상장돼 거래되는 주식가치의 총합에 해당되는 액수다.
이 이야기는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이 1963년 투자 파트너들에게 복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든 예이다. 이듬해도 버핏은 복리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프랑스 프랑수아 1세의 모나리자 매입을 예로 들었다.
프랑수아 1세는 1540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를 2만달러에 사들였는데, 만약 그가 같은 액수를 세후 6% 수익률로 투자했다면 1964년 무렵 그의 자산은 1,000,000,000,000,000달러 (1,000조달러)가 됐을 것이라는 게 버핏의 설명이었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의 힘
도대체 복리가 뭐길래 자산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일까?
이자율을 계산하는 방식에는 크게 단리와 복리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단리법은 원금에만 이자를 매기는 반면 복리법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합친 금액에 이자를 매긴다.
예를 들어 원금 100만원을 연 8% 이자율로 맡긴다고 생각해 보자. 단리를 적용하면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받기 때문에 이자는 첫 해에도 8만원, 두 번째 해에도 8만원으로 같다. 반면, 복리를 적용하면 첫 해 이자는 8만원으로 단리를 적용할 때와 같지만 두 번째 해에는 첫 해 받은 이자를 원금에 포함해 이자를 계산하기 때문에 이자가 8만6,400원으로 늘어난다.
이런 단리와 복리의 투자성과 차이는 투자기간이 늘어날수록 확연히 드러난다. 100만원을 똑같이 30년간 8%로 투자한다고 할 때 단리로 투자한 사람은 만기 때 원금과 이자를 합해 340만원을 받게 되지만 복리로 투자한다면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마련할 수 있다.(그림1 참조)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 1998년 고(故) 정주영 회장이 1,000마리의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왜 1,000마리를 몰고 갔을까? 당시 정회장은 60년 전 고향을 떠날 때 소 한 마리를 훔쳐온 데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는데, 복리를 이해하면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60년간 소 한 마리를 방북 당시 금리인 12.2%로 복리로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약 1,000마리가 된다. 정주영 회장이 의도했든 않았든 소떼 방북 뒤에는 놀라운 복리의 마술이 숨어 있던 셈이다.
복리효과의 네 기둥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천재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복리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며 '세상의 8번째 불가사의'라고 말할 정도로 복리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심지어 그는 복리로 원금을 두 배로 불리는 기간을 쉽게 계산하는 '72의 법칙(The Rule of 72)'(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 복리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복리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핵심적 요소로 우선 '시간'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노후자금 준비를 위해 1,000만원을 연복리 8%로 투자한 김씨(30세), 박씨(40세), 이씨(50세)를 비교해 보자. 만약 네 사람이 모두 60세에 은퇴하면서 투자한 돈을 찾아 쓴다고 가정하면 30년간 투자한 김씨는 1억원 가까이 받을 수 있지만, 박씨와 이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각각 약 4,600만원과 2,1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그림2) 따라서 복리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시작해 오랜 기간 투자해야 한다.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는 두 번째 기둥은 '재투자'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나와 있는 금융상품 가운데 장기간 운용하면서 이자를 원금에 자동으로 재투자해 주는 금융상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한 투자자가 복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매번 만기가 될 때마다 이자를 쓰지 말고 원금에 합쳐 다시 투자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 단기 금융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는 원금은 다시 투자하더라도 이자는 찾아 쓰기 십상인데 이래서야 복리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세 번째 기둥은 '수익률'이다. 복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김씨의 예를 다시 들어보자. 김씨가 1,000만원을 연복리 8%로 투자했을 때는 30년 뒤 1억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연복리 6%로 투자했을 때는 약 5,700만원, 4%로 운용했을 때는 약 3,200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그림3)
높은 수익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고수익만 추구할 수는 없다. 복리효과는 직전 기간에 발생한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다시 이자를 계산하므로, 만약 직전 기간에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원금이 줄어들어 기대수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앞서 복리 효과를 강조한 워런 버핏이 원금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두 가지 투자원칙을 철저히 실천했는데 첫째는 절대로 손해보지 말라는 것, 둘째는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원금 보전만 강조하는 것도 위험하다. 안전 위주로만 자산을 운용하다 보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는 자산가치 하락으로 원금 손실을 입는 것도 위험하지만, 물가상승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위험이다.
따라서 진정한 원금보전이란 명목 원금을 지키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돈의 실질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복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마지막 네 번째 기둥은 돈의 실질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한'위험관리'이다.
복리의 함정
복리효과에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리효과의 악영향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것이 사채다. 사채가 무서운 것은 복리의 마법 때문이다. 보통 대출은 단리로 이뤄지는데 반해 사채는 비정상적으로 복리를 쓴다. 게다가 사채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일수대출'은 이자를 원금에 산입하는 주기를 1년이 아니라 하루로 정하고 이자를 원금에 산입하기 때문에 대출자가 실제 부담하는 이자율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인플레이션도 복리가 거꾸로 작용하는 예로 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를 얻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인데, 인플레이션율이 높다는 것은 동일한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은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기간이 길수록 그 위력이 커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부(-)의 복리효과를 일으키는 또 다른 요소는 세금이다. 같은 투자 수익률이라고 해도 과세여부에 따라 세후 소득에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세율 체계는 매년 발생한 이자를 결산한 다음 세금을 공제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매년 세금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만 원금에 합산하게 되면 투자수익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앞서 김씨의 예로 돌아가 보자. 만약 김씨가 비과세 상품에 연복리 8%로 투자했다면 30년 뒤에 1억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자소득세(주민세 포함 15.4%)가 과세되는 상품에 투자한다면 7,100만원 정도만 받게 된다.(그림4)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과세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풀어 읽는 키워드 72의 법칙이란
복리로 투자했을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는데 걸리는 기간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72를 복리 금리로 나누면 원금이 2배가 되는데 소요되는 대략적 기간을 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4% 복리 이자를 받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다면, 원금이 2배가 되기까지 72를 4로 나눈 값인 약 18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김동엽 퇴직연금교육센터장
■ 알래스카, 사상 최악의 부동산 거래? 美가 지불한 720만弗 140년간 복리 계산땐…
흔히 사상 최악의 부동산 거래 중 하나로 제정 러시아가 미국에 알래스카를 매각한 것을 꼽는다. 러시아는 왜 엄청난 자원과 전략적 가치를 지닌 알래스카를 헐값에 팔았을까?
1741년 러시아에 발견된 알래스카는 이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사냥과 모피무역이 산업의 전부였을 정도로 쓸모 없는 땅이었다. 19세기 들어 모피가격이 폭락하면서 사냥꾼들마저 이 땅을 등지고 캐나다에까지 진출한 영국의 군사적 위협까지 겹치자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미국에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 하다.
1867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는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슈어드와 알래스카 땅을 720만 달러에 팔기로 협약했다. 처음에는 빙하와 삼림 뿐인 땅에 거액을 들이는 데 미국 내부의 반대도 심했다. 슈어드 장관을 '쓸모 없는 냉장고에 720만달러를 투자한 바보'라고 조롱하며 알래스카를 '슈어드의 아이스박스'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1897년 유콘강 기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아이스박스는 황금박스로 바뀌었다. 이후 알래스카는 풍부한 어장과 산림자원뿐 아니라 냉전시대에는 소련을 겨냥한 최우선 전략 요충지로 활용되면서 그 가치가 점점 올라갔다.
2005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인 스티븐 펄스타인은 "미국이 1조달러에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되판다면 재정적자 등 모든 경제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1조달러는 미국이 알래스카를 매입한 가격의 14만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이다. 어쨌든 슈어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국무장관으로, 알렉산더 2세는 형편없는 황제로 평가받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알렉산더 2세가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것일까? 복리의 관점에서는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알래스카를 팔아 받은 돈 720만 달러를 140년 동안 운용해 1조원을 만들려면 연복리 8.8%로 수익을 내면 된다.
주식분석과 장기투자 이론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제러미 시겔의 연구에 따르면, 187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의 연복리 수익률이 8.9%에 이른다고 하니 당시 러시아의 선택을 어리석게 볼 일만은 아니다.
김동엽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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