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 파장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경제정책 기조도 'U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구를 향한 발걸음은 영 더뎌졌고, 주요 20개국(G20) 간 공조 체제는 다시 견조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잠시 고개를 들던 조기 금리인상론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다.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0%인 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예상된 상황. 중요한 건 김중수 한은 총재의 '입'에서 두어 걸음 진전된 멘트가 나올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 달리, 이번에도 지금까지의 스탠스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도 그간 몇 차례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애드벌룬을 띄운 바 있지만, 당분간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더욱 확고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6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현 5.0%)를 상향 조정함과 동시에 출구전략 시기에 대해 전향적 언급을 하지 않을지 기대가 됐던 상황. 하지만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2분기 실적을 보고 경제운용방향을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듯, 더 더욱 신중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는 아직도 곳곳에 지뢰가 많다는 걸 보여준다"며 "섣불리 금리인상에 나섰다가 부작용이 클 수 있는 만큼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으로 느슨해졌던 G20 국제공조도 다시 끈을 조이는 모양새다. 4월말 워싱턴에서 열린 올해 첫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자국의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실상 국제공조 폐기를 선언했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한 탓.
이에 따라 6월 초 부산에서 열리는 올해 두 번째 재무장관회의에서 남유럽의 재정위기 문제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윤증현 장관 지시로 우리 시간으로 10일 오전 G20 재무차관들이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그리스 상황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G20 체제는 위기를 거치면서 갈수록 확고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부산 재무장관회의에 이어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남유럽 사태에 대해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면 국제공조의 틀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번 사태의 파장이 앞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이슈는 아니다"며 "조기 금리 인상론의 힘이 다소 빠지겠지만 3분기 중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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