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중 정상회담을 총평한다면 '큰 변화는 없다'는 점을 들고 싶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어떤 획기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중간 우호관계 확인과, 경제적 지원 두 가지가 통상 중요한 이슈였는데 이번에도 그 측면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없다.
다만 5개 합의사항 중 '양국이 내정ㆍ외교에서의 중대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게 소통해 나간다'는 대목에서 내정까지 언급한 것은 주목된다. 북한이 중국의 내정에 개입할 여지는 없기 때문에, 이 표현은 중국이 북한 내정에 간섭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 봐야 한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겠지만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번 회담은 여러 정세상 북한이 가장 불리할 때 이뤄져 중국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한 입장에 설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양국은 선문답식으로라도 의사소통은 했으리라 본다. 북한은 '한미가 상황을 이상하게 끌고 가려 하니 중국이 제 자리를 잘 지켜달라'는 식으로 얘기했을 것이다. 중국은 '상황을 예의주시 하겠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같은 주파수를 켜놓긴 했는데 뭔가 좀 정확히 맞지 않은 그런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중 1보를 보도할 때 정상회담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뒤늦게 한 것도 중국이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을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대대 손손'이라는 등의 표현에서 추론되고 있는 후계 문제 대목도 북한은 중국이 후계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라 말 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일반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은 커진 국력에 입각해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 하는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양국 관계 강화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이번 회담은 양국의 호혜적 관계 정립의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북중간 5개 합의사항은 과거 다소 불편했던 것을 털고 모든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의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내정'을 언급하는 등 불편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좀 다르다. 오히려 서로 공동의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 다 털어 놓고 협의하면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천안함 사건은 의제로서는 다루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추측하건데 북한이 만약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한다면 이를 정상회담에서 언급하고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자신들이 연루됐다면 정상회담에서 이 얘기는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번 방중에서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후계문제였던 것 같다. 이에 대해선 서로 간접화법을 통해 의견교환이 이뤄졌고, 중국이 사실상 간접적으로 후계 체제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 재개 여부는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 북한 연루설이 증거로 명확히 밝혀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 등으로 6자회담은 뒤로 미뤄질 것이다. 그러나 원인 규명이 늦어진다면 당사국들간에 미묘한 시각차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이번 회담은 한마디로 북중간 전략적 동맹의 완벽한 복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합의사항이 정치 군사 외교 경제 등 포괄적인 영역에 걸쳐 있고 양국간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의제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합의이다. 정상회담 수행원의 면면이나 회담 일정 측면에서도 이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
경협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동북경제권과 북한과의 연계성이 질적으로 발전할 것 같다. 지금처럼 남쪽으로의 문이 닫혀 있는 상황이라면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 재개 전망과 관련해선, 북중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에 공감하고 9ㆍ19 공동선언의 의미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조만간 있을 미중간 대화를 통해서 6자회담의 시점과 형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회담 후에 남한 앞에 놓인 과제는 안보 관련 핵심 쟁점인 천안함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지 슬기롭게 극복해서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방중으로 북한이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에 대한 지지를 얻었는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의 후계체제는 중국이 동의하거나 거부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우호관계 대대손손 계승' 언급은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썼던 표현이다. 과거 북중 관계와 같이 앞으로의 미래관계도 친선우호로 간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차원이지, 이를 중국이 김정은으로의 북한 후계체제를 암묵적으로 동의 내지 지지했다고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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