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 사설 도박장을 차린 뒤, 미모의 여성 딜러를 고용하고 연예인이 드나든다는 헛소문을 퍼뜨려 사기 도박판을 벌인 일당이 적발됐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이모(47)씨와 그의 동생은 2008년 12월 서울 한남동 S빌딩 지하 1층에 '바카라' 도박장을 개설했다. 그리고는 다른 도박장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모아 서로 역할 분담을 한 뒤 본격적인 사기 도박에 나섰다. 알선책은 강원랜드 등에서 "연예인들이 자주 출입하는 도박장이 서울에도 있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고, 바람잡이는 게임에 참여하면서 고액 베팅을 유도했다. 특히 딜러로는 미모의 30대 여성 두 명을 활용해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고 검찰은 전했다.
사기도박에는 자신들만 알아보도록 표시를 해 둔 '목카드'와 베팅액을 조절하는 '밸런스' 수법이 쓰였다. 밸런스란 서로의 베팅 액수 차이를 200만원 이하로 제한해 자신들이 불리할 땐 잃는 돈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초반에는 일부러 돈을 조금 잃어주다가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판돈을 키워 거액을 챙겼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영진)는 이씨 형제와 알선책 김모(37ㆍ여)씨 등 3명을 사기도박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딜러 고모(32ㆍ여)씨 등 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가정주부 박모(50)씨는 도박판에서 2억5,000만원을 날린 뒤, 뒤늦게 자신이 당한 사실을 알고 돈을 되찾고자 사기 도박에 적극 가담해 알선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이 자영업자나 가정주부들로 사업자금은 물론, 결혼자금과 생활비까지 도박으로 잃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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