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미묘한 갈등이 드러났으며 경제협력 강화로 결국 북한이 갈수록 중국에 얽매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김 위원장이 전 세계에서 위력을 과시하는 군사ㆍ경제 강국인 중국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세계 유일한 인물이라고 보도, 크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8일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재개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싶다"며 "관련 국가들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한미 등의 대응에 따라 협의재개를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 중국이 요구해온 회담 재개에 적극적 자세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북중 국경부근 인프라 정비 등에 중국이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의 투자가 확대될수록 "북한은 중국경제에 삼켜질 위험을 떠 안게 돼 중국과 경제협력은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과 관계를 2006년 "선린우호협력"에서 이번에는 "우호협력"으로 수준을 낮췄다며 "북한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産經)신문 역시 이날 "후 주석과 김 위원장이 양측의 국내건설 성과와 전통적 우호관계 발전을 서로 평가했지만 6자회담에 대해서는 의견대립을 뜻하는 외교용어인 '탄청(坦誠ㆍ솔직하면서 성의 있다)'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F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 '은둔하는 독재자'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어 북한에 강경노선을 취하기로 했다. 이후 전 세계가 북핵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러나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때 중국은 핵무기와 관련, 북한의 어떠한 양보도 얻지 못했다. 대신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경제발전 기술과 모델을 보여주며 침체에 빠진 북한 경제를 구원해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FT는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 "김 위원장은 중국이 경제 원조를 하지 않으면 국경을 접한 북한으로부터 밀려오는 수많은 난민과, 핵탄두를 통제하는 군사 100만명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두려움을 뻔뻔하게 이용했다"고 전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