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무대에 소개된 한국 발레 1호,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심청'이 24년 만에 변신을 꾀한다. 안무와 음악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영상을 활용, 무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심청'은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2년 만에 내놓았던 가장 한국적인 발레다. 초대 예술감독이었던 에드리엔 델라스가 안무하고, 미국의 케빈 바버 픽카드가 작곡했다. 서양 고전발레는 주로 남녀의 사랑을 다루지만 이 작품은 우리 전통의 '효'를 강조한 것이 특징. 형식은 세계적인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고전발레 양식을 따랐다. 1998년 뉴욕시티센터에서 첫 미국 공연을 가졌을 때 평단은 한국적 정서를 주목했다. 문훈숙 단장은 "서양인이 잘 아는 '지젤' '백조의 호수'보다 '심청'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1층에 앉은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쳤다"고 회상했다. '심청'은 이후 10개 국 40개 도시에서 150회 넘게 공연됐다.
새 '심청'은 디지털 옷을 입는다. 1막의 인당수와 2막의 바다 속 용궁 장면을 바다 분위기가 나는 디지털 영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심청과 용왕 역을 맡은 주역 무용수 황혜민, 안지은, 엄재용은 지난달 18일 포천의 한 수중촬영 전문 세트장에서 13시간 동안 특수촬영을 했다. 5m 깊이 수조에서 숨을 참은 상태로 홀로 혹은 파트너와 2인무를 춰야 했다. 황혜민은 "물에 빠지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심청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감정이 영상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촬영된 영상은 무대 위에서 실루엣만 살린 채 재생될 예정이다.
문훈숙 단장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프롤로그도 새로 추가됐다. 중년이 된 왕비 심청으로 등장하는 문 단장은 원래 이 작품 초연부터 심청으로 활약하다 2001년 공연 중 부상을 당해 정식 은퇴무대 없이 토슈즈를 벗어야 했다. 이번에도 토슈즈 대신 꽃신을 신고 등장하지만 그는 "무대는 언제나 가슴 떨리는 공간"이라며 설레는 눈치다.
'심청'의 국내 공연은 2004년 이후 6년 만이다. 세련된 의상과 세트로 업그레이드된 이번 공연은 24~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심청 역은 황혜민 강예나 안지은 강미선 한서혜, 왕 역은 엄재용 이현준 이승현이 번갈아 맡는다. 070_7124_1733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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