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노동법 개정을 놓고 벌어진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 최종안을 결정하자 합의를 거부한 노동계는 기한을 시비 삼아 '무효'라고 반발한다. 한국노총은 정책 파기와 낙선운동으로 여당을 협박하면서, 간부들이 농성을 벌인다. 그러자 여당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봐 겁을 먹고 조율을 시사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노동부에 사실상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권고를 했다.
타임오프는 알다시피 노동계를 위한 일종의 배려다. 새 노동법은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시행에 따른 노조의 경제적 어려움과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예외규정으로 도입했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정치적 협박까지 동원해 근면위가 고심 끝에'상박하후'원칙으로 마련한 타임오프 한도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타임오프자체를 무시하려는 노조까지 나오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확정한 단체협상 요구안은 타임오프제에 따라 전임자를 현행 136명에서 18명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600명으로 오히려 늘리게 돼 있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노동문제를 당리당략, 개인의 정치적 입장으로만 보는 악습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권에 있다. 지난해 말 개정 노동법을 누더기로 만든 것도 이런 태도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총무가'재논의'로 한국노총 달래기를 시도하고, 추미애 환노위위원장은 근면위 결정이 잘못됐다며 노동계를 편 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때일수록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말한 "원안대로 하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기업의 각오가 중요하다. 타임오프마저 누더기가 된다면 노사 선진화는 도루묵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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