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의 실적이 눈부시다. 안방 시장에선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도 해외 시장에선 잇따라 대박이 터지며, 새로운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통해 수요자 요구에 맞춘 게임을 내 놓은 전략 덕분이다. 이제 인터넷 게임도 효자 수출 업종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을 비롯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인터넷, CJ인터넷 등 국내 주요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 놨다.
대표 주자는 비상장사인 넥슨. 최근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56% 증가한 7,037억원, 영업이익은 98% 늘어난 2,857억원, 순익은 583%나 급증한 1,899억원을 기록한 사실이 공개됐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0.6%. 국내 게임 업체 가운데 연매출 7,000억원선을 돌파한 곳은 넥슨이 처음이다. 넥슨의 이 같은 상승세를 이끈 선봉에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롤플레잉게임(RPG)의 일종인 ‘던전앤파이터’와 ‘마비노기 영웅전’, ‘메이플스토리’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중국 게이머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1,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또 북미에서도 ‘마비노기 영웅전’이 지난해 100% 이상 성장했고, 일본에서도 ‘마비노기 영웅전’과 ‘던전앤파이터’ 가 10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덕분에 넥슨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2008년 56%에서 2009년엔 67%까지 높아졌다.
엔씨소프트도 1분기(연결기준) 매출 1,675억원에 영업이익 767억원, 순이익 582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81%, 74%씩이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46%로, 종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다중 접속 RPG로 선보인 ‘리니지’와 ‘아이온’이 일본과 대만, 북미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얻으며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906억원의 매출을 기록, 9분기 연속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간 네오위즈게임즈도 해외 수출의 힘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업체는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늘어난 236억원, 순이익은 80% 급증한 170억원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해외 시장의 매출 약진세가 두드러졌다. 실제로 사격 게임의 일종으로 중국에서 공개한 ‘크로스파이어’는 현지에서 180만명의 동시 접속자수를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네오위즈게임즈의 해외 매출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52%나 늘어난 292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선 국내 게임 업계의 향후 해외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 환경이 아주 일찍 구축됐고, PC방을 통해 게임 인구가 급속도로 확산된 점 등이 우리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게 된 요인들”이라며 “중국을 비롯 신흥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하며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도 해외 매출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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