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 전시 안내하는 시각장애인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 전시 안내하는 시각장애인들

입력
2010.05.06 17:31
0 0

■ "여기선 우리가 도울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 뜨는 소통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았죠. 시각장애인이라 아무 것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좌절했는데, 오랜 꿈이었던 예술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희망을 찾았어요. '어둠 속의 대화'를 경험하신 분들이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을 깨달았다며 고맙다고 하시는데, 그때 마다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서울 신촌에 위치한 '어둠 속의 대화' 상설 전시장에는 칠흑 같은 공간에서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통해 전시를 체험하기 위해 찾아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낮12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매시간 마다 15분 간격으로 8명씩 입장, 90분씩 관람하는 전시장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간까지 예약이 꽉 차있었다.

전시장에는 중증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NHN소셜엔터프라이즈 송영희(38)대표가 전시관 길 안내자(로드 매니저)에게 전시 준비 상태와 관람 인원 참석률을 체크하고 있었다.

"8시 30분, 마지막 전시 진행 문제없지요? 관람 예약자들은 몇 명 쯤 도착했나요?"

"네. 관람 시작 2분 전에 모두 도착했네요. 준비 다 마쳤고, 진행 하겠습니다."

송 대표는 마치 신입사원 합격 발표 소식을 듣고 직장에 첫 출근한 사회 초년병처럼 설렘과 열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일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갑자기 눈앞이 안보이기 시작했어요. 사고를 당하거나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너무나도 갑자기 시력을 잃은 거죠.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화가를 꿈꿨고, 주변에도 온통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뿐이었어요. 그런데 중도 실명을 하면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됐죠. 병명은 희귀성난치성질환인 '베제트증후군'이었어요."

이로 인해 평소 밝게 웃던 송 대표의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늘 어두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금씩 눈앞에 뿌연 연기가 쌓이더니 이틀에 한번, 삼 일에 한번씩 시력이 회복됐어요. 다행이다 싶었는데, 며칠 후부터는 아예 앞이 안보였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NHN 도움으로 어린 시절 꿈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20년 전 시력을 잃은 송 대표는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인생의 진로를 다시 세워야 했다. 어쩔 수없이 그림을 포기해야 했지만 음악이든 무엇이든 예술적인 감각을 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꿈을 키워갈 수록 현실과 이상의 벽은 더 높게 다가왔다.

"시력을 잃고 낙심해 있을 때 한 라디오 방송에서 시각장애인인데 미국에서 피아노조율사 자격증을 딴 사람 사연을 소개하는 것을 들었어요. 그 소식을 듣고 무작정 그 사람을 찾아갔죠."

송 대표는 6개월 동안 열심히 피아노 조율하는 법을 배웠다. 미세한 음의 차이를 듣고, 만지면서 귀와 손을 살렸다. 그렇게 피아노 조율사 자격증을 획득했고, 이듬해엔 컴퓨터 속기사 자격증도 도전해서 취득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피아노 조율을 하면서도 그림을 포기한 아쉬움을 잊을 수 없었다. 미술에 대한, 예술에 대한 갈증이 최고조에 달하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어둠 속의 대화'와 인연이 닿게 됐다.

어둠 속의 대화는 90분 동안 100%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길 안내자의 인도에 따라 청각과 촉각, 후각, 미각에 의지하며 우리 일상에서 쉽게 지나쳤던 자연과 거리, 대중교통, 시장, 바(Bar), 보트 등을 어둠 속에서 경험해보는 참여형 이색 전시회다. 전시를 체험하는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하얀 지팡이를 의존하며 눈을 감고 어둠 속 여행을 떠난다. 신기한 것은 전시장 안에서는 눈을 떠도 눈을 감은 것처럼 아무 것도 안 보 인다는 사실이다. 전시장에는 송 대표를 비롯해 직원이 총 10명의 길 안내자가 있는데 모두 중증시각장애를 겪고 있다.

"2007년 우연한 기회에 한 회사와'어둠 속의 대화'를 시작했어요. 기획 의도나 방향이 지금껏 제가 추구하던,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열심히 했죠. 예술의 전당에서 3개월 6개월씩 3차례 전시회를 진행했는데, 전시를 시작한지 2년도 안돼 함께 기획하고 지원했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났습니다. 사업을 접었죠."

송 대표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서로 할 일을 알아보고,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때 우연히 NHN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할 때 네이버 직원들이 단체 관람을 하면서 관심을 많이 보였었어요. 어디까지나 관심은 관심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시각장애인들의 꿈을 함께 이뤄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송 대표의 오랜 꿈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어둠 속의 대화는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전세계 150개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이며, 전 세계적으로 상설 전시장을 갖고 있는 곳은 10개뿐이다.

NHN은 자본금 10억원을 들여서 자회사형태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들었고, '어둠 속의 대화'에서 송 대표와 함께 일했던 직원을 모두 채용했다. 자회사 대표 및 전시 총 책임은 송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 1월말, 시각을 배제한 여러 가지 다른 감각으로 새로운 소통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시작했다.

"유럽식 좋은 건축자재나 여러 가지를 전시 물품을 들여오고 배치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살린 전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송 대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감사'라고 한다.

"전시를 안내하는 직원들이 삶의 희망을 찾고 보람을 얻었다며 감사하다고 말해요. 시각장애인들이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식해 더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나오게 되는데, 이 곳 전시장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길을 안내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죠."

'어둠 속의 대화'는 단순히 시각장애 체험이 아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완전히 빛이 차단된 공간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고, 빛이 없는 곳에서 그 동안 우리가 눈 뜨고 살면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는 신개념의 종합예술 전시다.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공통되기 말하는 것이 '감사'에요. 일상에서 우리가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감사를 배우고 정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합니다."

■ NHN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

"돌봐주는 이 없이 힘겨운 생활을 지탱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세요."

작은 콩 하나가 모여서 독거노인들의 식사를 대접하고, 생필품을 지원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 밥, 반찬을 챙겨드리고 건강도 돌봐주며, 추억을 만들라며 봄나들이도 보내드린다. 네이버가 '행복한 기부문화'를 지향하며 만든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노인돕기 모금함에는 지난 1월부터 5월 초까지 총 14억원 이상이 모였다.

해피빈이란 대한민국 네티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새로운 온라인 기부문화에서 사용되는 사이버 머니. 네티즌이 100원에 콩1개를 구입해서 기부하는 형식이다. NHN은 2005년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우리 사회의 바른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 공익단체들의 재정안정화에 기여하고자 비영리재단법인 해피빈을 설립했다. 지난 5년간 해피빈은 네티즌 500만명 가까이 참여했으며 180억여원의 기부금이 모여, 온라인 기부라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해피빈은 지금 이 시간에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단체나 개인은 해피빈 블로그 '해피로그'에 사진과 사연을 올리고, 네티즌들이 사연을 보고 해피빈을 기부한다. 네이버는 네티즌과 3,600개 이상의 사회복지단체, 77개 후원파트너 기업을 연결해서 누구나 온라인 기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현재 해피빈 기부 현황은 5월 현재 25억원을 돌파했다.

해피빈은 후원을 받는 계층도, 사연도 다양하다. 네티즌들은 클릭 한 번 만으로 저소득층 자녀 먹거리를 지원하고, 돈이 없어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과제물을 사주며, 아픈 사람들에게는 의료 지원을 해준다. 해피빈 콩 1개(100원)가 모여서 서울 지방은 물론 저 멀리 아프리카지역까지 다양한 국내외 빈곤층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소액 기부라도 기부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리기 위해 매월 '이렇게 쓰였습니다' 코너를 통해 모금액이 쓰인 현황과 도움 받은 분들의 소식을 전해준다.

네이버가 이처럼 온라인 기부문화를 만들게 된 배경은 기업의 일시적인 기부문화를 개선해보자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최소 1,000원 이상 해야 하고, 1만원쯤 해야 손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되어버렸는데, 적은 금액으로도 언제든지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기부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100원이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는 밥 한끼 식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작은 기부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