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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133억 기부해 온 신양문화재단 정석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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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133억 기부해 온 신양문화재단 정석규 이사장

입력
2010.05.0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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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어릴 때부터 심한 굶주림 속에서 고학을 해왔고 50년 간의 직업활동 중에도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박혀 호화로운 생활에는 취미가 없다."

서울대 최대 개인 기부자인 정석규(81)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글로 답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100억대 장학재단 이사장이 20년 된 양복을 입고 매일같이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연을 물은 참이었다. 2002년 후두암을 앓고 목젖을 잃은 정 이사장은 손가락을 목에 지긋이 대고 힘겹게 입을 떼보더니 안 되겠다는 듯 문방구에서 파는 플라스틱 볼펜을 쥐었다.

서울대가 오는 7일 그에게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는 뜻을 6일 밝혔다. 지난 10년간 무려 100여 차례에 걸쳐 모교인 서울대에 약 133억 원을 기부한 데 대한 사은의 의미라 했다. 서울대 공대 신양학술정보관 4층에 마련된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 이사장은 석사학위를 받은 지 60여 년 만에 받게 된 박사 학위에 "감회가 무량하다"고 썼다. 이번 행사에서 그는 김수환 추기경, 사사키 다케시 전 동경대 총장, 반기문 UN 사무총장, 벨기에 이브 레테름 총리 등과 함께 서울대 명예박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인으로는 꼭 10번째다.

당신의 답변처럼, 그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고학으로 1952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했고, 학부 졸업 후 곧장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가 배우고자 했던 '고무'는 당시 서울대에 전공 교수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는 미국의 고무공장에서 6개월간 기술을 익혀가면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안긴 것 역시 '고무'였다. 그는 67년 자본금 1,500만원으로 태성고무화학 주식회사를 설립, 50여 년간 자산 규모 150억 원대 회사로 키웠다. 그리고 그 돈을 차근차근 장학재단으로 옮겼다. 장학사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99년 서울대 총동창회의 회장단으로 재미동창회를 순방했을 때였나, 하버드 대학 내에 약 100개의 도서관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부러웠죠.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도 동문의 기부금으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감동받았습니다."

그는 98년 신양문화재단을 설립한 이후 지금껏 서울대에 133억 6,829만원을 기부했다. 그가 새로 지은 학술정보관도 10년간 세 채나 된다. 그의 기부는 학연 지연을 넘어 배움의 뜻을 좇아 확산돼갔다. 한국고무학회, 부산공고, 국제로타리클럽, 영등포구청, 영등포 노인종합복지관 등…. 서울대와 그 기관들에 그가 기부한 금액을 모두 합치면 총 300억 원이 넘는다.

그의 다음 목표는 고무산업 기술분야의 선구자로서 후배 기술인들을 육성하기 위하여 도움이 되는 책자를 발간하는 것이다.

"남은 재산도 공익 사업을 위해 계속 투자해 나갈 겁니다. 여건이 된다면 서울대에 다른 학술관도 건립하고 노인 복지를 위한 지역사회 봉사도 더 많이 하고요."

그의 필체에 힘이 들어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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