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노는 모습이 달라졌다.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잔디밭에서 뜀박질하거나 케이크 과자 청량음료 차려놓은 상에 둘러앉아 노래 부르던 아이들 모습은 옛 일이 된 지 오래다. 그리고 처음엔 어색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키즈카페 같은 아이들을 배려한 놀이공간이 이제는 아빠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최근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아이들 놀이에 테마가 생기고, 문화가 어우러지고,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외국 문화의 영향과 더불어 한 자녀 가정이 많아진 우리 사회 모습이 빚어낸 변화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아이들을 위한 놀이 트렌드를 소개한다.
시나리오에 맞춰 영화처럼 놀기
해적을 맞아 싸우는 정의의 사나이가 되는 날. 영화 주인공처럼 분장하고 커다란 해적선으로 뛰어오른다. 악당과 맞닥뜨린 순간, 용감하게 맞서 단숨에 물리치고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면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 이 해적선 놀이를 위해 파티기획업체 세인트웍스는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분장에 쓸 화장품과 해적선 꾸미는데 필요한 각종 소품은 기본. 해적선 출항부터 보물찾기까지 꼼꼼한 시나리오 작업도 필수다.
김진영 세인트웍스 대표는 "요즘 아이들 놀이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아주 액티브해졌다는 점"이라며 "미리 정해둔 테마에 맞춰 스스로 주인공이 돼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놀이가 이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뽀로로와 도라에몽 같은 만화 속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라면 특히 인기다.
테마놀이는 보통 넓은 공간에서 여러 아이들이 어울려 진행된다. 김 대표는 "아이가 하나인 가정이 늘면서 일부러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를 찾아주려는 부모가 많아졌다"며 "아이들이 캐릭터를 자기 분신처럼 여기는 것도 형제자매가 없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02)567-6844
사내 가족행사도 파티처럼
가정의 달 직원의 가족을 초대하는 사내 파티도 아이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파티렌탈업체 케빈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타워 아트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마술이나 클래식 뮤지컬 공연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내 파티를 진행한다. 단순 이벤트나 체육대회 같은 야외활동 말고 색다른 문화체험을 원하는 기업의 문의가 최근 많아졌다고.
김희성 케빈리 대표는 "의자나 테이블보 같은 소품도 파티용으로 따로 제작된 걸로 사용해 일반적인 사내 행사와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며 "미국식 파티 문화를 한국식으로 변형한 셈"이라고 말했다. 장소 대여비와 식사비를 포함해도 체육대회 비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02)542-2209, 2210
파티플래닝업체 마지아앤코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에 있는 멀티레스토랑 '오가'를 낮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카페, 저녁에는 분위기 있는 와인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과 어학원 같은 어린이 교육기관이 몰려 있는 도산공원 주변의 위치 특성을 고려해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아이들 학교 픽업 스케줄을 배려해 카페 문을 오전 11시에 여는 등 엄마를 위한 편의가 돋보인다.
오가에서는 5월 한달 간 매주 토, 일요일 '어린이와 함께 하는 나들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만든 '애기벤또'와 샐러드 파스타 라자냐 등으로 구성된 미니뷔페가 마련돼 있고, 엄마와 함께 물고기잡기와 비누방울 풍선만들기 같은 다양한 놀이도 즐길 수 있다.
아이들 장난감 위주의 요즘 놀이방이나 키즈카페에선 엄마들이 편안한 느낌을 갖기란 솔직히 어렵다. 김유림 마지아앤코 대표는 "일반 키즈카페가 아이나 20, 30대 젊은 엄마를 위한 공간이라면 오가는 40대 엄마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며 "특히 저녁에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80년대 팝 음악이 분위기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02)514-0210, 0058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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