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론조사로 치러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이계안 전 의원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지난 주 한나라당 경선에서 나경원ㆍ김충환 의원에 압승한 오세훈 서울 시장과의 맞대결 구도가 예상대로 굳어졌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의 여야 후보가 확정됨으로써 6ㆍ2 지방선거 열전의 막도 오른 셈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이 남은 야권의 경기 지사 후보, 여야 기초단체장 후보 미조정 등이 남아 있으나 전체적 틀에 미칠 영향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는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의 다른 격전지 선거에도 적잖은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오 시장과 한 전 총리의 대결은 또 남녀 성 대결이자 과거 정권과 현재 정권의 대결, 보수와 진보세력의 대결이라는 불가피한 상징성이 뚜렷하다. 더욱이 지역 요인이 상대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서울 선거의 특성으로 보아,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측면에서도 비교적 객관적 기준이 될 만하다.
오늘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토론회를 시작으로 자질과 능력, 정책을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일 한 전 총리와 오 시장이 여야의 간판 주자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활발한 논쟁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막연한 이미지를 허물고, '표로써 말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북돋워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당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금까지 두 사람이 비쳐온 기본 선거전략을 많이 수정해야 한다. 앞에 든 대결의 상징성에 치중해 서울시장 선거가 마치 대통령 선거이기라도 하듯 착각해서 큰북소리만 울려서는 안 된다. 천안함 침몰 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23일)를 맞는 추모 분위기가 상충하고, '한강 르네상스'사업보다는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가 핵심 논쟁 거리가 되는 '과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할 이유다.
지역과 주민 현안에 대한 관심을 일깨울 작은 북소리가 서울에서 전국 각지로 울려 퍼져 나가야 매번 똑같은 큰북소리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지방선거 무관심도 깨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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