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폭탄테러 미수 용의자 파이잘 샤자드(30ㆍ사진)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한 이민자였다. 1998년 학생비자로 미국으로 건너와 대학을 마치고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이수한 후 미 유명 화장품 회사 엘리자베스아덴의 품질 관리분석가와 마케팅업체 오피니언의 재무분석가로 일한 전문직 종사자였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아내와 2004년 결혼해 그해 코네티컷주 교외에 2층짜리 집을 샀으며 남매를 뒀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시민권도 취득했다.
이웃들이 "두 번 쳐다볼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평범했던 그는 왜 테러리스트가 됐을까.
미 뉴욕타임스와 AFP통신 등은 남부러울 것 없는 그의 행적에서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아버지를 둔 풍족한 파키스탄 이민자는 10여년간 가족 행사로 파키스탄에 13번을 다녀갔을 뿐 미국생활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그가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페샤와르로 돌아온 지난해 변화가 감지됐다. 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한 친척은 "직장도 집도 잃고 결혼생활도 악화해 실의에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집을 살 때 빌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었다. 2004년 샤자드는 27만3,000달러에 2층짜리 집을 샀는데, 무려 21만8,400달러의 모기지를 받았다. 하지만 2008년 미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집값 하락으로 아메리칸 드림은 산산조각 났다. 샤자드는 결국 가족과 함께 지난해 말 파키스탄으로 향했고, 5개월 후인 지난 2월 3일 홀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뉴욕 한복판 폭탄테러를 계획한 것이다.
미 텍사스 소재 한 싱크탱크는 "그가 미국 주류 삶에 동화되지 못하고 무슬림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쉽게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샤자드를 아는 미국인 부동산업자는 온화한 그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독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정보당국은 샤자드와 급진 이슬람단체들과의 뚜렷한 연계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샤자드가 "탈레반 거점인 와지리스탄의 기지에서 폭발물 제조 훈련을 받았다"고 자백함에 따라 파키스탄 탈레반(TTP)과의 연관성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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