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기 어려웠던 전격적 정상회담이었다."
중국 톈진(天津)을 시찰하고 5일 오후 늦게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다음날 오전에 열릴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오후 5시30분께(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을 태운 리무진과 의전차량 30대가 이날 오후 3시40분께 베이징 도심의 젠궈먼(建國門)근처의 창안제(長安街)를 통과해 10여분 후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漁臺)로 진입할 때까지만 해도 이날 일정은 후 주석이 주재하는 환영만찬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여장을 풀자마자 오후 5시10분 댜오위타이를 빠져 나와 인민대회당으로 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열수 있는 중국 최고지도부는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뿐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다른 중국 지도자와 개별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현재로선 파악된 게 없다"며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된 회담이 1시간 30분을 넘기면서 결국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임이 확실해졌다. 007작전을 연상시키듯 속사포식으로 이뤄진 정상회담은 오랜 시간 여행에 지쳐있을 법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일로 건강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환영만찬도 언론의 예상에서 벗어났다. 북중 정상 회담이 끝난 후 당초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후 주석 주재의 만찬은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인민대회당 내의 다른 대강당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김 위원장은 오후 10시26분께 숙소인 댜오위타이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만찬이 댜오위타이가 아닌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것은 중국측 참석 범위가 그만큼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만찬은 4년 만에 중국을 다시 찾은 김 위원장을 환영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올해가 항미원조 60주년인 만큼 북중 연대강화를 기념하는 의미가 큰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6일 오전 원 총리, 시 부주석 등과 잇따라 개별회담을 갖고 보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북중관계 강화를 위한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6일 저녁에는 김 위원장이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들을 대거 초청해 베이징에서 공연되는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가극'홍루몽'을 함께 참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일 후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는 시점에 맞춰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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