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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봄나물 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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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봄나물 봄 밥상

입력
2010.05.0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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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나무 새순은 봄날 밥상의 좋은 나물반찬이 된다. 두릅나무 새순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두릅나물'이 그것이다. 두릅은 땅두릅이 있고 나무두릅이 있다. 땅두릅은 땅에서 캐는 새순이고 나무두릅은 나무에서 돋는 새순이다. 맛은 나무두릅이 한 수 위다.

두릅나물에는 섬유질과 비타민 B1, B2, C, 사포닌 등이 들어있다고 하니 그것만으로 자연영양제가 된다. 두릅나무 잎이 억세질 무렵 '엉개나물'이 나온다. 엄나무(음나무) 새순을 된장에 무쳐먹는다. 엄나무를 경상도에서는 개두릅이라 하고 그 나물을 '엉개나물'이라 부른다. 두릅도 엄나무도 두릅나무과다.

사람의 촌수로 치면 사촌간이니 맛과 영양이 비슷하다. 두릅과 엄나무 새순이 흔할 때 어머니는 간장으로 장아찌를 담는다. 20여일 간장 속에 푹 담가 놓는다. 그 간장을 부어버리고 새 간장에 매실 즙을 넣어 끓여서 다시 부어 놓으면 내 어머니 '안숙자표' 두릅장아찌, 엉개장아찌가 된다.

요즘 밥상에는 '합다리나물'이 오른다. 합다리나무는 나도밤나무과의 나무다. 깊은 산속을 헤매야 얻을 수 있는 귀한 나물이다. 황금색 새잎이 돋는데 그걸 따서 나물로 무쳐먹는다. 멸치로 다시 국물을 내고 합다리나무 새잎과 들깨를 넣어 나물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황금을 통째로 먹는 것 같은 맛! 그게 요즘 나의 봄밥상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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