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에 사는 지적장애 3급의 손모(50)씨. 그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작은할아버지 집에서 한 살 위 누나와 함께 살다 9세이던 1968년 3월 자신을 거둬 주겠다는 A씨를 따라 혼자 대구로 갔다.
A씨는 당초 “학교도 보내 주고 자식처럼 잘 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는 말뿐이었다. 손씨는 학교는커녕 허드렛일만 죽도록 했다. 봄 여름에는 소에게 먹일 목초를 벴고, 겨울에는 땔감용 나무를 하러 온 산을 헤맸다. 심지어 A씨에게 가끔 폭행을 당해 손씨는 밥을 먹을 때 무릎을 꿇는 버릇이 생겼다.
손씨가 36세 되던 해 A씨가 사망했지만 실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A씨 부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농사에서부터 아파트 청소, 건설 현장 자재 운반까지 안 한 일이 없었다. 손씨는 이렇게 번 돈을 과자 빵 바지 신발 등을 사는 데 일부 쓰고 나머지 대부분은 A씨 부인에게 고스란히 바쳤다.
그의 생활 환경도 갈수록 열악해졌다. 손씨는 A씨 가족과 떨어진 별채에 살았으나 2005년 그 집이 헐리자 컨테이너에서 혼자 살게 됐다.
그러던 지난해 초 수십 년간 떨어져 소식도 모르고 지냈던 손씨 누나(51ㆍ인천 계양구)가 수소문 끝에 대구까지 찾아왔다. 어릴 때 헤어진 동생을 그리워하던 누나가 모 방송국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보다 손씨 생각이 나 찾아 나섰던 것이다.
남동생이 컨테이너에서 씻지도 않은 채 사는 비인간적 모습을 본 누나는 동생을 데리고 곧장 인천으로 왔다. 그리고 동생의 비참한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 등에 담아 증거물로 만든 뒤 법률사무소를 찾아 A씨 부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달 30일 인천지법 민사17부(부장 한영환)는 “A씨 부인은 99년(소멸시효)부터 손씨에게 농사를 시키고 손씨가 번 수입 중 대부분을 가로챘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A씨 부인은 손씨에게 6,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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