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주식은 지난 주 롤러코스터를 탔다. 두산건설 자금악화설이 돌면서 그룹 계열사 주식이 일제히 폭락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 만에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 건설업계의 전반적 부진을 감안한다 해도, 계열사 주식까지 연쇄적으로 추락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주가 자금난 루머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지난 3일. 두산건설이 경기 고양시의 주상복합 아파트 '위브더제니스'의 분양 실적 저조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에 ㈜두산(-12.65%)을 비롯, 두산중공업(-8.7%) 두산건설(-8.8%) 두산인프라코어(-8.5%) 등 두산그룹주가 한꺼번에 급락했다. 두산건설의 자금 악화가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지분 52.2% 보유) 등 계열사의 연쇄적인 자금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산그룹주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4일 증권사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험이 과장됐다는 보고서가 나왔고, 이재경 ㈜두산 부회장이 ㈜두산 주식 5,000주를 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두산건설과 다른 계열사 주식을 일단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두산건설은 앞으로의 경과를 지켜보되, 오히려 위험성이 과장된 ㈜두산과 두산중공업은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이훈 연구원은 "전자부문의 실적호조 등 ㈜두산의 긍정적 측면이 두산건설의 리스크에 가려진 상황"이라며 "4월말 두산건설의 회사채가 시장에서 모두 소화되는 등 신용시장에서 위험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데다 ㈜두산은 4월 신용등급이 오히려 상향된 만큼 주가 추가 하락 시엔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원은 "3일 두산중공업 급락은 자회사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2분기에는 그 동안 미뤄졌던 화력발전 수주가 크게 증가하여 수주 모멘텀이 기대되므로 저가 매수기회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에 대한 우려보다는 두산중공업의 장기성장에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이다.
다만 대우증권 성기종 연구원은 "두산건설의 미분양이 쌓이면 재무상태가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며 "두산중공업은 신규 수주, 두산인프라코어는 양호한 1분기 영업실적이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으나 두산건설의 재무 위험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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