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 용인시 농촌 테마파크 내 종합체험관에는 황ㆍ청ㆍ백ㆍ적ㆍ흑색의 전통 오방색(五方色)을 기본으로 한 천 작품 100여 점이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자태를 뽐내 있었다. 조각보와 모시발, 천연염색 작품에서 시작해 광목 침구세트와 누비 옷, 아기 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최명옥 생활지도사를 필두로 한 주부 20여명이 지난 1년 동안 한 땀씩 정성껏 지어낸 규방공예(閨房工藝) 작품들이다. 이경례(70)씨는 “규방 공예를 익히다 보면 어머니들의 생활 속 지혜와 알뜰함, 그리고 바늘 한땀 한땀에 배어나는 작은 예술 정신을 배울 수 있다”며 “자기를 되돌아 볼 수 있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서 안정에도 좋다”고 말했다.
규방 공예란 조선시대에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활동이 제한되었던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 공간이었던 규방에서 비롯된 공예 장르다. 한복이나 이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 조각을 침선(바느질)으로 이어 붙여 보자기나 주머니, 바늘집, 약낭, 버선 등 이런저런 생활용품을 만들어 낸다. 최 지도사는 “조각보는 조각천을 활용해 기하학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어 규방 공예의 대표적 작품으로 높이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서양식 퀼트(Quilt)와 비슷하지만 다양한 바느질 법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퀼트가 바늘땀을 위 아래로 성기게 꿰매는 ‘홈질’ 일색인 반면, 규방 공예는 감침질과 박음질, 공그르기, 시침질, 상침질, 사뜨기, 새발뜨기 등 다양한 바느질 법을 이용해 만드는 이의 의도를 멋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또 퀼트는 면직물로 규칙적인 패턴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지만 규방 공예는 견직물, 모시 등 다양한 재료로 자연스럽고 단아한 표현을 한다.
20~30대 젊은 여성부터 70~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손쉽게 배울 수 있어 취미생활로 제격이다. 끊임없이 손놀림을 하기 때문에 노인 치매를 예방 효과가 있다.
규방 공예를 ‘옛날 문화’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용성만 가미하면 언제든지 실용품이나 예술품, 문화상품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실제 복주머니의 경우 지갑이 보편화돼 실용성이 없어 보이지만 허브나 아로마 등을 넣어 승용차나 침대에 두면 ‘아이디어 상품’이 된다. 최 지도사는 “최근 외국에서도 우리 규방 공예의 진가를 인정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보다 많은 동호인들이 생겨 규방 문화의 명맥을 잇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규방공예 전시회는 이달 8일까지 계속되며, 무료 수강 문의는 용인 농업기술센터(031-324-4024)로 하면 된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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