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5일 오전 베이징(北京)에 도착,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여장을 푼 뒤 이르면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환영 만찬에도 참석,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포함한 중국의 최고지도부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방중 이틀째인 4일 랴오닝(遙寧)성 다롄(大連)시의 경제기술개발구내 제3부두 일대를 1시간 정도 시찰했다.
이례적으로 언론 노출도 꺼리지 않는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 위원장은 이날 중국 측 고위관계자들과 북중 국경지대인 두만강 유역의 라진항 개발 구상과 발전계획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50분께 특별열차로 다롄을 떠났다. 전날 오전 다롄에 도착한 김 위원장이 비교적 오래 다롄에 머문 것은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6자회담 재개와 관련된 북한측의 변화된 입장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측은 김 위원장의 방중 직전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보다 진전된 내용의 입장 표명을 포함한 주요 정상회담 의제들을 중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중국 최고지도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측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측이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후 6자회담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한국 측 입장과는 상이한 시각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이 소식통은 북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북중 우호 60주년 의의 ▦양국간 경제협력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미묘한 난기류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사전 통지해주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나 중국 측은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알겠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가 매우 다이내믹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우리는 천안함 사태에 직면해 있고,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는 북한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재차 중국측의 '책임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 대사는 "중국은 책임있는 대국으로, 늘 책임 있는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도 3일 장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