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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가 가르쳐 준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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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바다가 가르쳐 준 놀이

입력
2010.05.0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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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아이들은 바다가 놀이터여서 자연스레 헤엄이나 낚시질을 배웠다. 내게 수영과 헤엄은 다른 것이다. 수영장에서 하는 스포츠가 수영이고 바다에서 하는 놀이가 헤엄이다. 바다에서 '개구리헤엄'을 배웠다. 그 덕에 지금도 제법 오랜 시간 바다 위에 떠있을 수 있다. 잠수도 곧잘 하는 편이었다.

잠수를 해서 바닷속에서 해삼이나 꽃게를 잡던 유년의 솜씨가 아직 쓸 만한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릴낚시를 잘 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줄낚시'는 선수다. 한 가닥의 줄에 낚싯바늘과 추만 달아 하는 낚시질이 외줄낚시다. 그 외줄낚시로 붕장어도 잡고 도다리도 잡았다.

바다 밑바닥에서 사는 것을 잡기 위해서는 낚싯줄을 길게 풀어 추가 바닥에 닿아야 한다. 그리고서는 추를 천천히 들었다 놓았다 하면 털컥하며 물렸다. 꼬맹이 때는 바닷가에서 노래미 새끼를 잡았고 조금 커서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볼락을 잡았다. 볼락은 한 줄에 10개의 낚싯바늘을 달았다.

운이 좋으면 10개의 바늘에 10마리가 물려 올라올 때도 있었다. 그렇게 잡은 볼락은 구워서 먹었다. 친구들과 함께 나뭇가지를 주워 불을 피워 구워 먹었다. 진해바다가 어린 나에게 가르쳐준 놀이다.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놀이공원으로 몰려간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함께 놀아줄 어린 친구들을 기다리는데.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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