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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어둠 속에서 나와라" 핵보유국들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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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어둠 속에서 나와라" 핵보유국들 압박

입력
2010.05.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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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3일 개막한 핵확산방지조약(NPT) 8차 평가회의는 미 국방부가 핵무기 보유량을 처음 공개하고, 이란과 미국의 대표단이 이란 핵프로그램을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면서 첫날부터 각국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 기조연설에서 "핵프로그램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미국의 안보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핵 드라이브'가 여타 국가의 핵 투명성을 압박하는 명분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미 언론은 핵무기 보유 공개가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높이고, 러시아 중국 등 핵보유국가에게는 핵군축 동참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공개한 핵무기 보유량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탑재된 전략핵탄두 보유량을 이미 공개한 적이 있고, 이에 맞춰 영국 프랑스 등도 핵전력의 윤곽을 밝힌 바 있다. 5,113기의 핵탄두 규모도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AP통신은 "핵탄두 규모는 수년 간 공공연히 알려진 것"이라며 "국방부의 발표는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보유 핵무기를 발표한 것은 미국의 핵정책과 관련해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달 발표한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와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 후속협정 타결에 이은 미 행정부의 또 하나의 핵 이니셔티브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란과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핵클럽 5개국 중 유일하게 핵정책에 대해 극비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클린턴 장관이 "이란이 규칙을 어기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 산하 '핵정보프로젝트'의 한스 크리스텐센 소장은 "다른 나라가 더 이상 핵의 어둠 속에 숨어 있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핵무기 보유량 공개를 앞두고 미 행정부 내에서는 공개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퇴역 핵탄두까지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정보기관들이 "핵무기의 전모를 공개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해 결국 "수천기"라는 두루뭉실한 선에서 정리됐다.

이날 NPT 평가회의 개막식은 이란 핵프로그램을 놓고 이란과 미국이 뜨거운 설전을 벌이면서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과거 핵무기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핵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자격을 정지시켜야 한다"고 해 파장을 일으켰다. 또 이스라엘의 핵무기가 중동의 평화를 저해하는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대표들은 그의 연설이 시작되자 퇴장했다. 오후에 연설에 나선 클린턴 장관은 "NPT의 잠재적 위반자들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경고했다.

이란은 장관급 각료회담인 평가회의에 189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참석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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