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4가에 있는 A호텔에서 묵었던 50대 일본인 여성은 최근 호텔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 새벽에 프런트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통역을 대동하며 병원까지 안내해줘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이 호텔은 이틀에 한 번 정도 이 같은 편지를 받는다. 사연은 각양각색이지만 친절한 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호텔 관계자는 "택시 요금 과다청구나 불친절 때문에 다시는 한국에 안 오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호텔에 와서 마음이 바뀌었다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본 관광객들이 주 고객인 이 호텔은 개관한 지 3년 남짓 됐지만 매달 90% 안팎의 객실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있지만 서울 도심 호텔들은 수년 째 외국인 관광객을 꾸준히 유치하며 선전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울 중구에는 현재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 특1급 호텔부터 3급 호텔까지 약 30여 곳의 호텔이 밀집해 있다. 2008년과 2009년 이 지역 호텔들의 전체 평균 객실 점유율은 각각 85%, 88%에 달했다. 비수기에 속하는 올해 2월과 3월에도 85%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29일~5월5일) 기간에는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몰려 들어 객실 10곳 중 9곳은 예약이 완료됐다.
이처럼 도심 호텔들이 높은 객실 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인근 도심에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쇼핑시설이 잘 갖춰진 덕이다. 중구 관계자는 "덕수궁과 광화문 등 역사공간이 숙박업소 근처에 있는데다 명동과 대형 백화점 등도 밀집돼 있어 한나절이면 관광과 쇼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계천과 광화문광장 등도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이밖에 도심을 거미줄처럼 관통하는 지하철도 외국인들의 발길을 가볍게 하고 있다. 중구는 1~2년 안에 호텔 3~4개가 관내에 더 개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호텔들의 다양한 활동도 관광객 유치에 한몫하고 있다. B호텔 직원들은 1년에 3~4회 정도 일본을 직접 방문해 변덕이 심한 '미래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수시로 파악해 관광상품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C호텔은 일본과 중국 현지인을 호텔 곳곳에 배치해 외국인들의 길 안내와 쇼핑시설 안내를 도와주는 등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한다.
호텔 직원들의 감동 서비스는 말이 안 통하는 이방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중국 관광객 D씨는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 증세가 나타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호텔 직원이 병원안내부터 각종 심부름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돌봐줘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씀씀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객실 점유율은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마진이 큰 연회 같은 부대행사가 눈에 띄게 감소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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