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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 양국 대통령 성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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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 양국 대통령 성향에 달렸다?

입력
2010.05.0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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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한국 정부 수립 이래 한국과 미국은 60년 이상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공산주의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두 차례나 전쟁을 함께 치렀을 뿐 아니라 경제ㆍ문화ㆍ사회적 관계도 각별했다. 그러나 더할나위없이 긴밀해 보이는 겉보기와 달리 실상 두 나라의 동맹은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의 파고를 헤쳐와야했다.

(역사비평사 발행)은 이승만-아이젠하워 대통령부터 시작해 노무현-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미 정부의 관계를 '갈등'과 '동맹'이라는 분석틀로 조망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홍석률 성신여대교수 등 역사학ㆍ 정치학ㆍ국제학ㆍ사회학 등 11명의 학자들이 객관적 사실과 자료를 근거로 시기별 한미관계의 특성을 분석했다.

지은이들은 '친미냐 반미냐' 혹은 '자주냐 종속이냐' 하는 기존의 이분법적 프리즘만으로는 한미동맹의 실상을 꿰뚫어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양국이 밀월관계였는지 아니면 긴장관계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권, 지도자의 성격은 물론 국제정치적 배경, 국내정치적 역학, 시민사회의 역동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야한다는 것이다.

양국 지도자의 성향이 한미관계가 협력이냐 갈등이냐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힘과 국익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인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고, 대외정책에서 도덕과 인권을 강조한 이상주의ㆍ자유주의적인 민주당 카터 대통령과도 불협화음을 냈다. 한미관계의 변인은 양국 지도자의 성향 차이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적 특수성을 내세우는 한국의 지도자와 세계전략의 큰 원칙을 세운 뒤 그에 따라 한국 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지도자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눈높이와 방식의 차이였다는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총론에서 "한미동맹은 '표면적 안정'과 '내면적 긴장', '구조적 안정'과 '사건적 격동'이 병존해온 독특한 관계였다"며 "향후 대미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는 지금까지 한미관계의 지혜로운 교정자요 균형자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의 역량을 중시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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