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 필적할 만한 상장물건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첫날인 3일. 한국투자증권 신압구정지점(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오전부터 창구 3곳이 빈자리 없이 들어찼다. 평소 공모 청약 첫날은 한산한 편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일찌감치 청약 접수를 끝낸 투자자도 있었지만, 다음 날 청약에 필요한 증거금을 준비하거나 증권사 직원에게 상담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이 줄을 이었다. 500주를 청약한 김모(67)씨는 "은행에 예금해뒀던 노후자금으로 난생 처음 공모주 투자를 해봤다"며 "삼성이니까 믿고 노후 대비로 갖고 있을 생각인데 지금 같아선 100주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물량은 전체 공모주식의 20%인 888만7,484주. 청약 첫날인데도 경쟁률이 벌써 6대1을 돌파하는 등 청약 열기가 거세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청약접수 시작 1시간 만에 6개 증권사의 평균 경쟁률이 0.94대 1을 기록했고 이날 최종 6.51대1로 마감했다. 청약대금만 하루 새 3조1,820억원이나 들어왔다.
3월 상장된 대한생명의 경우 첫날 경쟁률이 1대 1도 안됐다가 이틀째 23.7대 1로 마감했는데, 삼성생명 공모는 초반부터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증권사별로는 우리투자증권이 10.22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고, 그 뒤를 이어 삼성증권 8.31대 1, 동양종금증권 7.88대 1, KB투자증권 7.50대 1, 신한금융투자 6.82대 1, 한국투자증권 4.23대 1이었다.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청약 열기에, 최종 청약 경쟁률이 당초 전망한 20~30대 1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 유직열 분당정자역지점장은 "일반적으로 청약 첫날은 한산한 편인데 이번에는 접수 개시 2시간여만에 창구를 통한 청약만 20건을 넘어서는 등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며 "이런 추세라면 1,000주를 청약해도 50주도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삼성생명 공모의 경우 공모가(11만원)가 높은 편이어서 단기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아서인지, 이른바 '공모주꾼'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뜸한 것도 특징. 한국투자증권 홍성임 신압구정지점장은 "대출로 공모에 참여한 뒤 상장 직후 차익을 실현하는 공모주꾼들의 관심은 저조한 반면 은행 예금 등에 여윳돈을 갖고 있던 자산가들이 주로 공모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은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2조원에 달해, 한국전력, KB금융 등을 제치고 시총 순위 5위(3일 기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청약은 4일 오후 4시30분 마감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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