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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회장 기피증… 갈수록 꼬이네/ 석달 만에 추대된 이희범씨 고사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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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회장 기피증… 갈수록 꼬이네/ 석달 만에 추대된 이희범씨 고사 해프닝

입력
2010.05.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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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중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회장 자리가 기피의 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공석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3개월의 숙고와 난항 끝에 차기 회장이 추대가 됐지만 당사자가 바로 이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총 회장 추대위원회(위원장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는 2월 정기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이수영 회장의 후임에 이희범 STX 에너지ㆍ중공업 총괄 회장을 추대한다고 2일 밝혔다.

추대위원회 관계자는 "차기 회장은 대(對) 노조 업무를 전담하는 경총 조직의 특성상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하고 기업 내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 이 회장을 추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STX는 즉각 자료를 통해 "이희범 총괄 회장이 경총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STX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회사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경총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추대위원회가 이 회장을 만나 의견을 구할 때 이 회장이 거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지 않아 추대를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계의 요청을 이 회장이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총 회장직을 재계 인사들이 모두 고사하고 있는 것은 7월 1일 새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사정이 다른 대기업간 이해 관계 조정도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년간 경총 회장을 지낸 이수영 회장은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노조법 개정안도 처리된 만큼 신임 회장이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아래에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해 주길 바란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이 회장이 사임을 하게 된 것은 최근 건강이 나빠졌을 뿐 아니라 새 노동법의 모태가 된 노ㆍ사ㆍ정 합의 과정에서 현대ㆍ기아차가 소외감을 느끼고 경총을 탈퇴한 점도 작용했다. 400여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경총은 1970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회원사가 탈퇴한 적이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새 노동법 입법과정에서 복수 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기업간 입장에 차이가 나면서 재계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한편 이수영 회장은 현재 경총에 출근하지 않고 있지만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업무 보고는 받을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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